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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대표 내란만 26회 언급…여야협치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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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0. 00:0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또다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압박하고 나섰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협치 가능성을 열어둔 지 불과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 대표는 '내란'을 모두 26차례 외쳤지만 '협치'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내란 청산에 대해 "정치 보복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힘은 내란과 절연하고 국민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과나 반성 없이는 협치도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대표가 이날 연설의 거의 절반가량인 20분 동안 '내란 청산'을 역설하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전날 여야대표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조성한 협치 분위기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날아가 버린 듯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여야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합의라는 성과를 내면서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날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여당 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인 만큼 '상생'이나 '협치'를 표방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야당이 반대하는 3대특검 연장법과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의 속도전을 강조해 향후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통일교 측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오는 11일 또는 12일 국회 표결에 부쳐지는 게 또 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이날 "민생경제협의체는 실사구시의 정신을 기반으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정당해산까지 거론하며 척결의 대상으로 삼겠다면서 어떻게 협치의 성과를 내겠다는 것인가. 심지어 그는 "보수가 경제를 잘한다는 얘기는 이제 흘러간 유행가 가사"라며 야당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 대표의 연설은 양보가 아니라 여전히 제1야당에 대한 선고포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치를 걷어차지는 않겠다"며 10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협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성과를 내야 할 여당이 됐다는 점을 잊지 말고 대승적 자세로 '상생의 정치' 복원에 나서 관세전쟁, 경기침체 등 나라 안팎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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