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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예정 자산 50% 처분… SK, 성장 중심 리밸런싱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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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9. 09. 18:02

ESR지분 전량 매각으로 수익 2배
계열사 정리로 포트폴리오 최적화
미래 성장동력인 AI에는 힘 실어
대규모 사업 최적화, 소위 '리밸런싱'이 한창인 SK가 반기 만에 예고한 매각 예정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중복되거나 비전이 흐린 사업, 특히 환경 관리, 화학·소재 계열사 등의 투자지분을 정리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데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AI 중심 사업에는 힘을 싣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글로벌 물류기업 ESR 케이만 지분이다. SK㈜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해 온 ESR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매각으로 잔여 지분까지 정리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서 나아가 두 배가량의 수익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9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SK㈜는 ESR 케이만 지분을 지난 7월 전량 정리했다. ESR이 홍콩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면서 잔여 지분을 처분한 것이다. SK㈜는 2017년 ESR에 투자해 3대 주주로 올라섰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지분을 줄여왔다. 올 상반기 5767만주를 처분한 데 이어 잔여 지분까지 매각을 마치면서 총 지분 매각으로 약 1조원 넘게 회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단순한 단기 수익보다는 전사적 자산 리밸런싱의 일환이다. 실제로 올해 반기 말 기준 SK㈜의 매각예정자산은 1조7958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922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사업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도 자회사 및 사업들을 대폭 줄이면서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특수가스사업으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 SK스페셜티 매각도 주목할 만하다. SK스페셜티는 최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 고성장으로 성장이 전망되지만, SK그룹은 SK스페셜티 지분을 일부 매각해 약 2조원을 확보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ION클린에너지, SK파워텍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ICT와 모빌리티 분야도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쏘카는 상반기까지 지분을 처분했고,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SK엠앤서비스 지분도 매각했다. 티맵 모빌리티 합작사 우티도 우버에 지분 전량을 넘겼다.

SK㈜는 해외 투자 지분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조이비오(Joyvio), 베트남 빈그룹(Vingroup),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 등이다. 이 중 루프인더스트리의 경우 다소 지분가치가 하락했지만 지난 7월 매각을 완료했고, 베트남 빈그룹 지분은 현재 5700억원가량을 남기고 순차적으로 매각 중이다.

또 SKC 계열은 CMP PAD 사업부문, 박막사업부를 각각 4월 매각해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설비자산 또한 우즈베키스탄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매각 계획을 철회한 경우도 있다. SK에코플랜트를 통해 보유한 미국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 지분은 당초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가 반기 중 계획을 철회하고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재분류됐다. 매각 일변도의 전략이 아니라, 보유 가치와 성장성을 따져 남길 자산은 유지하는 선별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SK㈜의 매각 드라이브는 투자 성과 자체보다 전사적 사업 구조 재편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기적으로는 1조 원이 넘는 투자 성과를 거둔 ESR 매각이 눈에 띄지만, 그룹 내부적으로는 화학·소재, ICT, 해외 투자 지분 전반을 정리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SK㈜ 관계자는 "전반적인 투자 재편으로 확보한 자금은 신성장동력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는 SK그룹이 주로 성장해 왔던 스토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방향으로, 이번 리밸런싱 이전에도 과감한 투자 재편이 성장 디딤돌이 됐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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