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19세기 〈호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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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19세기 '호작도'. /리움미술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이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작품 속 전통문화 모티프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전시와 체험 행사가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기획전 '까치호랑이 호작'을 통해 '케데헌' 속 까치·호랑이 캐릭터의 뿌리를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592년 제작된 '호작도'의 국내 첫 공개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화면 우측 상단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선명해 정확한 제작 연도를 알 수 있으며,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된 호작도 양식이 한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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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호랑이 호작'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김홍도 특유의 사실적 묘사로 완성된 이 작품은 소나무 아래 몸을 돌리는 호랑이의 자세가 민화 까치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 도상과 맞닿아 있어 전통 회화와 민화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특히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19세기 '호작도'는 현대적 감각과 전통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캐릭터의 원류를 확인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신재현 1874년 작 추정 '호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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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1874년 작 추정 '호작도'. /리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2025 국중박 분장놀이'를 연다. 박물관 열린마당에서는 신라 금관, 광복, 호랑이를 주제로 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며, 특히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무료로 전통 복장을 대여해 분장놀이에 참여할 수 있으며, 27일에는 '국중박 분장대회'가 열려 우수 참가자 20명에게 경품이 증정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통문화의 매력을 알리고 관람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중박 분장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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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중박 분장놀이'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케데헌'의 인기는 박물관 관람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누적 관람객 수는 8월 말 기준 430만 명을 넘어 2023년 역대 최대 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연말까지 600만 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상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박물관 굿즈 매출은 약 115억 원에 달했으며, 까치호랑이 캐릭터 상품과 곤룡포 타월은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불러일으켰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통적 요소가 대중문화와 결합하면서 젊은 세대가 전통문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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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물을 주고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