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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총리 사임?’ 17년간 14번째 정부…네팔 ‘정치 불안정’의 70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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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10. 09:43

NEPAL PROTEST <YONHAP NO-0452> (EPA)
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정부 건물과 의회 건물이 있는 싱하 더르바르 궁전에 모인 시위대의 모습/EPA 연합뉴스
지난 9일, 'Z세대'가 주도한 유혈 시위 끝에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전격 사임하면서 네팔이 또다시 정치적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네팔의 정치적 불안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239년 역사의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전환한 이후 네팔은 이번 사태까지 17년 동안 무려 14개의 정부가 들어서는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을 겪어왔다. 단 한 정부도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실패한 민주주의'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네팔의 정치적 불안정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1년 민주화 운동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의회 민주주의가 도입됐지만, 1961년 마헨드라 국왕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당을 해산하고 '판차야트'라 불리는 국왕 중심의 독재 체제를 부활시켰다.

이에 대한 불만은 1990년 대규모 '민중 봉기'로 폭발했고, 결국 국왕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했다. 하지만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 1996년부터는 마오주의 반군이 왕정을 타도하고 인민 공화국을 세우겠다며 무장 투쟁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10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1만 7000 명 이상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다.

결국 2006년 또 한 번의 대규모 민중 봉기가 일어났고, 네팔은 2008년 239년 역사의 왕정을 완전히 폐지하고 연방 민주 공화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왕정이 사라진 자리에 안정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이후 17년간 총리가 14번이나 바뀌는 '회전문 정치'가 계속되면서 네팔에서 '정치'는 부패와 무능의 대명사가 됐다.

이번에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의 정치 인생 역시 네팔의 고질적인 불안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2015년 네팔의 새 헌법이 채택된 직후 처음 총리가 됐지만 당시 인도의 국경 봉쇄에 맞서 중국과 교통 협정을 체결하는 등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1년도 채 안 되어 물러났다.

2018년 선거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을 때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당내 권력 투쟁으로 인해 스스로 의회를 해산하는 무리수를 두다 대법원에 의해 제지당했고, 결국 불신임으로 3년 반 만에 다시 총리직을 잃었다. 그리고 작년 7월, 네 번째로 총리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Z세대 시위'라는 새로운 형태의 저항에 부딪혀 1년여 만에 다시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고질적인 정치 불안정은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고 경제 발전을 저해했고, 수백만 명의 네팔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말레이시아·중동 등 해외로 떠나야 했다.

이번 'Z세대 시위'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폭발했다. 과거 세대가 왕정 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웠다면, 새로운 세대는 민주화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에 분노했다. 정부가 소통의 상징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하자, 이들은 "부패를 차단하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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