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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작은 알의 큰 가치, 맛과 건강을 잇는 우리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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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0. 17:15

농진청
한선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소득식량작물연구소장
땅콩은 열매를 맺는 순간부터 작은 이야기를 품은 작물이다. 꽃이 수정되면 씨방 아래가 가늘게 뻗어 흙 속으로 스며들고, 그 어둡고 포근한 곳에서부터 알이 여물기 시작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땅콩을 '낙화생(落花生)'이라 불러왔다. 땅콩은 그 이름처럼 땅과 가까울수록 알은 단단해지고 맛은 깊어진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땅콩은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속은 알차다.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땅콩은 단백질 함량이 20~30%에 이르며 필수 아미노산도 균형 있게 갖추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특히 주요 지방 성분인 '올레산'은 올리브유에 풍부한 단일불포화지방산으로, 섭취 시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혈중 지질 균형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점까지 더해져, 바쁜 현대인을 위한 훌륭한 영양 간식으로 제격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이면, 삶아 먹는 풋땅콩이 제철을 맞는다. 생땅콩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 사이, 극히 짧은 시기에만 수확되는 계절 식재료다. 수분 함량이 높아 삶거나 찌면 식감이 부드러우며, 껍질째 먹을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특히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여 건강에 유익하다. 소금 한 꼬집만 더해 갓 삶아 내면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간식은 물론 반찬이나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가공식품으로 만나는 땅콩의 매력도 크다. 대표적인 땅콩버터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조화를 이루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주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되며 사과와 함께 섭취하는 다이어트 간식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인 땅콩기름은 국내 식탁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땅콩의 고소함과 양질의 불포화지방산을 그대로 담아낸 요리 재료이다.

참기름처럼 나물이나 볶음요리에 살짝 더하면 음식의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특히 발연점이 높아 고온 조리에 안정적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땅콩의 높은 영양적 가치와 건강 기능성을 더욱 부각한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올', '케이올2호', '우도올레-1'이 있으며, 이들 모두 올레산 함량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고올레산 땅콩 품종이다. 올레산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땅콩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올레산 품종은 일반 품종에 비해 산화 안정성이 뛰어나 저장성과 유통 안정성도 탁월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볶음, 버터, 기름 등 다양한 가공 과정에서도 품질 변화가 적어 활용도가 높다. 이는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품질의 식품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결국 땅콩은 우리의 식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힘을 내는 재료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생으로든 가공으로든 쓰임새가 넓은 유연한 식재료다.

제철 볶음땅콩 한 줌, 땅콩 본연의 맛을 살린 땅콩버터 한 스푼만 더해도 일상 식단은 한층 균형 잡히고 풍성해진다. 오늘 저녁 장바구니에 땅콩을 살짝 더해보자. 이 소소한 선택 하나가 나의 건강을 챙기고, 우리 농업을 응원하는 뜻깊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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