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상 먼저 만난 전략적 선택, 한미일 신뢰 재확인 ‘디딤돌’
트럼프에 “피스메이커”, 대미 외교 우려 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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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 직후 캐나다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 참석해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취임했음에도 12일 만에 정상외교를 가동하면서 탄핵정국으로 마비된 외교를 신속하게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역시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50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으로 첫 정상외교를 가동한 것보다도 한 박자 빠른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주목됐던 점은 '친중' 이미지가 강했던 이 대통령이 한국의 동맹이자 핵심 우방인 미국, 일본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우려였다. 이런 우려 속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말 미일 순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이시바 총리를 먼저 만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선택했다. 양측은 지난달 23일 115분 간 마주 앉아 '과거사' 문제보다 '미래협력'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연대 재확인의 '걸림돌'로 예상됐던 한일 관계를 '디딤돌'로 바꾸는 성과를 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일이 계속 협력 기조를 이어간다는 시그널을 미국에 보냄으로써 대미 협상에 도움이 됐다"며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대면한 바가 있는 만큼 협상 노하우를 공유 받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상 안건이 산적해 있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내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자리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로 추켜세우면서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의지도 다졌다. '예측 불가' 트럼프 대통령과 유대감을 형성한 것이 향후 대미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 참석해서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더 이상 취할 수 없다는 발언도 하면서 '친중'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다만 여전히 풀어야 하는 외교·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직 관세·안보와 관련한 한미 간 합의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일본 총리 교체에 따른 한일 신뢰 관계 재확인도 요구된다. 특히 대북정책이 가장 난해한 과제다. 대북방송 및 확성기 방송, 전단 등 협상용 '카드'를 선제적으로 버린, 일방적 '러브콜'은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북중러가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서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오르는 장면을 연출하며 밀착한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선의로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정부가 신중하고 정교하게 대북 정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에 일방적인 선의의 조치를 했다"며 "비핵화 대화의 주체는 북미이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