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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52] ‘며느리배꼽’의 배꼽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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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1. 17:58

(52) 며느리배꼽 그림
며느리배꼽
우리 야생초 중에 '며느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이 참 많다. 며느리밥풀꽃, 금낭화의 또다른 이름인 며느리주머니, 이름도 망칙한 며느리밑씻개, 그리고 며느리배꼽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 애증이 가장 많이 교차되는 관계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아닐까 한다. 그 인생을 건너온 모든 여성에게 한 트럭 분의 소설이 쓰여질만큼 '며느리'라는 단어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 이름이 풀에 붙여졌으니 모두 그만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며느리배꼽'의 원래 이름은 '사광이풀'이다. '사광이'는 '살쾡이'의 옛 이름으로 줄기와 잎에 돋아난 가시가 날카로워 이런 이름이 붙여진 듯 싶다.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밑씻개와 모습이 거의 흡사해 얼핏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맛도 시큼한 것이 똑같다. 여렸을적 우리 동네에서는 구분없이 '싱아'라고 부르며 잎사귀를 많이 따먹으며 놀았다.

며느리배꼽은 이름 그대로 줄기에 배꼽같이 움푹 패인 턱잎이 달려있다. 그 며느리배꼽이 배꼽을 수줍게 가린채 우리집 대문 한켠 벽을 장식했다. 며느리배꼽의 자태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20년 가까이 살아 온 이 집과 작별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런 저런 연유로 정든 공간과 이별을 앞두고 있는데 며느리배꼽이 작별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 같다. 참으로 우리 땅의 풀들은 정겹고 따뜻하다. 며느리배꼽의 배꼽 인사를 받으며 또다른 미지의 공간으로 먼길을 떠난다. 지나온 인생이 그리우면 다시 이 공간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며느리배꼽과 따뜻한 인사를 나눌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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