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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칼럼] 핵우산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자강(自强)으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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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1. 17:58

구필현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미·중 신냉전 속 中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전략핵 3축 완비를 과시하고 있고 주한미군 감축은 추상적 논의가 아닌 현실적 대안으로 논의 중

-美 전략가들, 주한미군 2만8500명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 전력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 견제 전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

-최근 아산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독자 핵무장 지지율이 75.1%로 금기시되던 핵무장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한국 안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ICBM·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 '전략핵 3축'을 완비했음을 과시하며, 극초음속 미사일과 무인 전력까지 공개했다. 단순한 퍼레이드가 아니라 "힘 있는 나라만 살아남는다"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원리를 선언한 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의지해온 것은 미국의 '핵우산'과 주한미군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움직임은 더 이상 한반도 방위가 최우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美국방·외교·안보 및 국토부·이민국 등 그의 행정부는 해외 동맹 부담을 줄이고,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극도로 밀어붙이는 기조를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동맹은 비용을 내야 유지되며, 미국의 국익과 맞지 않으면 철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더 이상 추상적 논의가 아니다. 미국 내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 2만8500명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 전력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 견제 전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자국 본토 방어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서 군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주한미군이 대폭 줄어든다면, 한국은 단번에 안보 공백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은 이를 동맹 약화 신호로 해석할 것이고, 중국·러시아도 전략적 압박을 강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경제 영역에서 미국의 냉정함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대대적인 불법고용 단속이 벌어져 475명이 적발됐다. 이는 단순한 노동법 집행이 아니다. 미국은 이제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한국 기업과 노동력을 예외 없이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되는 순간, 한국의 자율성과 전략적 선택권은 크게 제한된다.

우리 국민 여론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6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독자 핵무장 지지율이 75.1%로 나타났다. 과거 금기시되던 핵 논의가 이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겹치면서, 국민들은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독자 핵개발은 NPT 탈퇴, 국제 제재, 경제적·외교적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선택지를 좁게 보면, 한국 안보는 심각한 취약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 같은 절충안도 미국의 결심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 동맹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과 트럼프식 자국이익 극대화는 결국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더 이상 '혈맹'이라는 미명 아래 무제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경제적 압력과 안보 부담이 결합될 때, 한국은 스스로 핵·미사일 억제력과 첨단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외교적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외 외교·안보·국방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주한미군 감축은 단순히 병력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의 ISR(정보·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장거리 타격 능력 등 핵심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감축이 현실화되면 단기간 내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K-방산 기술과 수출 경험을 자국 방위에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직접 돌아온다.

한국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과 경제적 압력 속에서, 안보와 자주국방 강화, 핵 억제력 확보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스스로 위험에 내몰린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우산을 제공할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국 선택은 한국 몫이다. 주한미군 감축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핵우산과 외부 힘에 안주하며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자강(自强)의 길로 나아가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은 이미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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