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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경쟁사 지분늘려 ‘2대주주’로…존재감 키우는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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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9. 11. 18:12

노루홀딩스 지분 9.9%로 확대
회계장부 열람·주주제안권 등
노루그룹 의사결정 영향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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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가 페인트 경쟁사인 노루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회사 측은 단순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법적으로 주주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을 늘렸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는 전날 노루홀딩스 지분을 기존 7.17%에서 9.9%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KCC는 디아이티(9.24%)를 제치고 노루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앞서 KCC는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노루홀딩스 주식 95만2844주를 확보한 바 있다. 노루홀딩스는 노루페인트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다.

특히 투자의 귀재답게 KCC가 노루홀딩스 주식을 사들였던 6월 26일 종가 기준 2만2650원이었던 주가는 이후 50% 이상 상승해 평가이익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분은 KCC가 경쟁사 지분을 직접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그간 KCC는 삼성물산·HD한국조선해양·현대모비스 등 비경쟁사에 투자하며 '백기사' 역할을 자처해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동종 업계 주식을 취득했다. 현재 페인트 업계 시장점유율은 KCC(35%)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루홀딩스의 자회사인 노루페인트(2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앞서 양사는 과거 유성제품 유통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적이 있어, 이번 매입을 단순 재무 투자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도 변수다. 상법상 3% 이상 주주는 임시 주총 소집·회계장부 열람·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감사위원 선임과 정관 변경 제안도 가능하다. KCC 측은 '일반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적으로 확보한 권리를 기반으로 언제든 경쟁사인 노루홀딩스 측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CC 이전에도 경쟁사 지분을 전략적으로 확보한 전례가 존재한다. 오뚜기가 대선제분 지분을 5%대에서 26%까지 확대해 영향력을 행사했고, 팬오션은 LS 지분을 사들이며 발언권을 넓혔다.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KCC가 이번 지분 확대를 통해 단순 투자 수익을 넘어 업계 내 존재감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KCC가 노루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며 "첫째는 동종업체로서 현대·기아차에 페인트를 공급하는 노루홀딩스의 사업경쟁력을 잘 알고 있고 둘째는 상법 개정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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