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與 ‘3대 특검법 합의’ 파기, 정치 신뢰 허무는 짓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101000661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9. 12. 00:0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3대 특검법 합의 파기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1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해병대원) 개정안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사안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이는 정치 신뢰를 여지없이 허무는 행위로,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국을 냉각시키는 원인이 될 게 분명하다.

민주당은 전날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을 양보하는 대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해 국민의힘의 협조를 받는 데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무려 약 6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국민의힘 요구대로 특검 파견 검사 증원 폭을 줄이고, 수사 기간을 연장 않는 쪽으로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실로 오랜만의 여·야 합의여서 협치의 시작이라는 기대를 낳게 했다. 하지만 합의 발표 직후부터 민주당의 강경 지지자들이 합의를 강하게 비난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의원들에게 보내면서 여당 입장이 급변했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나서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검법 개정안 수정과 관련해 사전에 당과 충분히 소통했는데도 정 대표가 강경파에 밀려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 대표가 "부덕의 소치"라며 한 발을 빼는 선에서 개운치 않게 일단락됐다.

민주당이 말과 행동을 바꾸는 태도를 보인 것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정 대표는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등 협치 가능성을 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 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 대상" 운운하며 판을 뒤집고 협치 정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치를 강조한 이 대통령에게는 "그러겠다"고 해놓고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나"라고 밝혀 정부조직법 개편안 조기 처리를 위해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전날 여야 합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 대표와 민주당의 말 뒤집기는 강경파 지지자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강경파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리더십 결핍으로 이어지게 된다. 민감 사안마다 합의와 번복을 되풀이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이른바 '양치기 소년' 테스트를 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정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들 인내심의 한계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