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내부문화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신한, 소외계층 배려 등 포용성 확장
하나·우리, AI 기반 금융사기 차단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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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소비자보호 거버넌스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CEO의 직접적 역할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는 행보를 연일 보이자, 소비자보호는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라섰다.
이에 은행들은 앞다퉈 소비자보호 체계를 손질하며 소비자 신뢰회복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문화 확립', '포용적 접근', '인공지능(AI) 활용' 등 저마다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토대로 관련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핵심성과지표(KPI) 반영,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권한 강화 등 기본 틀은 유사하지만, 같은 과정 속에서도 각 은행별로 차별성이 보인다.
먼저 내부문화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은행장 직속으로 소비자보호그룹을 만들고, 상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 단계부터 소비자 관점에서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했다. 민원이나 불완전판매, 보이스피싱 대응 같은 지표를 임직원 평가 기준(KPI)에 포함시켜 영업 현장과 본부가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순고객추천지수(NPS)를 도입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을 매일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를 단순한 규정 준수 차원을 넘어 은행의 일하는 방식과 평가 구조 속에 자리잡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소비자보호를 포용성으로 확장하는 모습은 신한은행에서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장애인과 외국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고객자문위원단에 포함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제도 안에 반영하고 있다. 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은행 정책을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고객이 남긴 칭찬이나 불만 메시지는 전 직원이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 과제를 정해 실행으로 옮기는 문화도 자리잡혔다. 단순히 민원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배려와 포용금융을 소비자보호의 핵심 가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첨단 기술을 사전예방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2018년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해 보이스피싱 수법을 실시간으로 학습·분석해 왔다. 특히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는 악성앱을 자동으로 찾아내 차단하는 기능을 넣어, 보이스피싱 피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 전담 조직을 강화해 24시간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고령자나 낯선 계좌 송금에는 추가 확인 절차를 두는 등 다층적 방어 장치도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AI와 보안 체계를 결합해 실질적인 피해 차단 성과로 연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은행은 정교한 내부통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5월부터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를 추진 중인데, 기존 FDS가 연 소득 허위 입력이나 자금용도 위조 같은 과거 사고 유형을 데이터로 분석해 의심 거래를 걸러냈다면, 앞으로는 AI를 접목해 탐지 정밀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거래를 사전에 걸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보이스피싱 예방 전문기업과 협력해 시니어 고객 대상 AI 체험형 예방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사고를 사후에 처리하는 것이 아닌, 고객과 함께 사전에 막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