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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현대카드, NPL 자회사 키우기 본격화…현대커머셜 채권 256억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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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승인 : 2025. 09. 15. 15:00

보유 자산 매각해 현금 확보…재무 유연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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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본사 전경./현대카드
마켓파워 컷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자회사 현대얼터너티브에 256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양도하기로 했다. 단순한 현금 확보 차원을 넘어 그룹이 신설한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자산 운용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오는 30일 현대얼터너티브에 대출채권을 이전할 예정이다. 양도가액은 256억원으로, 회사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대출채권 매각을 통한 보유 자산 수익성 증대"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현대커머셜이 보유한 기업대출채권 중 일부를 매각하는 구조다. 현대얼터너티브가 설정한 펀드와 다른 금융회사가 각각 채권을 나눠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커머셜은 올해도 이미 몇 차례 기업대출채권을 매각해왔으며 이번 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이나 리스크 관리 목적보다는 기업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방점이 있다"며 "채권 매각을 통한 수익 확보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인만큼 필요 시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현재 추가 계획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얼터너티브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5월 출범시킨 신생 NPL 전문 운용사다. 지분은 현대카드가 51%, 현대커머셜이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출범 직후에도 현대커머셜의 채권 약 270억 원을 양수해 26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번 거래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얼터너티브는 단기간에 자산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게 됐다. 정관에 자산관리와 투자자문·일임업을 포함하고 금융투자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본격적인 자산 운용 사업 준비도 마쳤다.

특히 현대얼터너티브를 이끄는 대표이사 이용규는 전 마스턴자산운용 캐피털마켓 부문 전무 출신이다. 미국 코넬대학 부동산학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건설·IBK투자증권·NH농협은행 등을 거쳐 대체투자와 사모대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업계에서는 'NPL 운용 성과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대표의 경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융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NPL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다. 본체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대출채권을 이들 자회사로 넘겨 우발채권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자회사는 이를 활용해 자산을 늘리고 유동화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실제로 하나F&I는 2025년 1분기에 순이익 16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우리금융F&I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3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금융F&I와 하나F&I는 시장 점유율과 자금조달 능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며 최근 수천억 원대 공모채 발행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신F&I·연합자산관리·키움F&I 등 다른 운용사들도 덩치를 불리며 NPL 시장 전반의 외형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커머셜의 채권 양도는 단순 내부거래라기보다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신생 운용사의 외형을 키우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현대커머셜은 자산을 줄이는 대신 현금을 확보해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고 현대얼터너티브는 넘겨받은 채권을 운용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아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다만 내부거래를 통한 자산 이전은 규제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인 만큼 거래 가격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NPL 자산 운용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 연체율 상승으로 금융사들이 NPL 계열사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현대커머셜도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차원의 금융 전략 다변화와 현대얼터너티브 외형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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