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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개혁, 충분한 법원 의견 수렴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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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5. 00:01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사법개혁에 대해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다. 이 모임은 각급 법원장들이 모여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고위 법관 회의체다. 법원장들은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위원회 도입'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현재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사법부 독립을 실질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의 명분으로 상고심 재판 지연 해소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리면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되기 때문에 법령 해석 통일 기능이 마비돼 버린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증원 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법관평가위원회'가 법관 인사 평정을 맡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선 법관들의 거부 강도가 훨씬 셌다고 한다. 민주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5명, 법률가단체가 추천하는 5명, 법원 내부 구성원 5명으로 구성된 법관평가위원회를 두고 법관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법관에 대한 평정을 할 경우 판결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위험성이 있다. 또 위원회의 평가가 인사관리에 반영될 경우 판결에 대한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법원은 특히 법관평가위원회의 15명 중 5명을 국회 추천 인사로 채우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부정적 목소리가 컸다. 이 법은 국회와 대한변협이 추천한 판사가 내란 사건 1·2심을 맡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예상대로 사건 배당이나 사무 분담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 고유 권한인데, 외부인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당은 추석 전 입법을 목표로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무기로 '합법적'으로 법을 만드는 건데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입법-행정-사법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우리 헌정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칼로 무 자르듯' 처리해선 안 된다. 여당의 드라이브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입법 권력이 사법 권력보다 상위'라는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듯해 더욱 걱정스럽다. 입법 권력이 사법 권력보다 위라면 삼권분립은 아무 의미도 없다. 사실상 입법 독재, 선출 독재로 흐를 위험이 크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대의가 옳을지라도 사법개혁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법의 주체인 법원 의견이 더 담겨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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