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내 돈 보내라” 트럼프 式 ‘일방통행식 요구
한국車, 美동부 최대 수출항 주역…진실은 조지아 새버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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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기아차는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동부 최대 자동차 수출항을 일궈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존재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한 폄하와 왜곡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불법체류 단속, "메시지는 한국을 향했다"
지난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새버나 인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475명의 근로자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미국 역사상 특정 해외 투자기업 현장을 겨냥해 이뤄진 단속 규모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표면적 이유는 '불법 고용 근절'이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와 현지 언론들은 이를 단순한 노동단속으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영향력 축소"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기업을 앞세워 '친환경 제조업 부흥'을 내세운 점을 정조준한 '정치적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한국을 '무임승차 국가'로 규정해온 과거의 인식을 버리지 않았다"며 "이번 단속은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동맹국을 향한 정치적 압박"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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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MAGA 세력의 주장은 공통적으로 "한국은 미국에 혜택만 누리고, 기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미 앨라배마·조지아주를 거점으로 연간 수십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조지아주 새버나항은 2024년 기준으로 미국 동부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수출 물량을 처리하는 항만으로 급부상했다. 이 항만 물량의 40% 이상이 현대·기아차에서 비롯됐다.
단순히 차량 조립만이 아니다. 배터리, 철강, 반도체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해 수십만 개의 고용 창출 효과가 파생되고 있다. 한국국제무역협회(KITA)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까지 한국의 대미 누적 투자액은 약 800~9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2024년 한 해 동안 추가로 약 1581억 달러(한국 기업 및 개인 투자자의 금융 자산 증가분)가 미국에 투자되었으며, 이는 일본·독일에 이은 글로벌 상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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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객관적 성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은 미국 일자리를 뺏어가는 존재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투자를 원하면 일본처럼 45일 내에 돈을 보내라"며 사실상 동맹국을 '돈줄' 정도로만 취급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맹은 투자자가 아니다"… 일방통행 式 요구에 반발 확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하는 협상 방식이다. 그는 과거 방위비 협상 때도 "5배 증액"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번에도 경제 협력을 방위비 협상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처럼 45일 내에 돈을 송금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굳이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는 한미 경제협력을 '거래 관계'로 격하시키는 발언일 뿐 아니라, 동맹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독단적 태도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과 비교하며 한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차별적 대우'라는 불만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트럼프 式 외교의 가장 큰 위험은 동맹을 협박과 거래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실은 조지아 새버나… 韓 기업의 '실질적 기여'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되는 현실은 다르다. 조지아주 새버나와 브런즈윅은 현재 미국 동부 최대 자동차 수출항으로 자리 잡았다. 항만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새버나항과 브런즈윅항을 통한 자동차 수출 물량은 80만 대에 육박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현대·기아차 물량이었다. 이는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 전기차 기업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렇듯 한국 기업의 실질적 대미 경제 기여는 숫자로 증명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조지아주 새버나를 중심으로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운영하며, 남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특히 인근의 브런즈윅 항구는 기존 미국 동부 최대 항구였던 볼티모어를 제치고 미국 동부 최대 자동차 수출항으로 부상했으며,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장은 트럼프 발언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인지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미국 내 경제학자와 산업 전문가들도 조지아주 새버나와 브런즈윅 항구 사례를 들어 한국 기업의 투자와 지역 경제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현지 산업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와 LG배터리의 조지아주 투자와 공장 운영은 단순한 외국인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일자리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와 MAGA 진영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현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버나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인프라 확장은 조지아 경제뿐 아니라 미국 동부 전체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트럼프 진영이 주장하는 '기여 없음'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실제 조지아주 주민 여론조사에서도 "현대차·기아차가 우리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70%를 넘는다. 현지 언론도 "한국 기업의 투자가 없었다면 조지아 남부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韓 정부,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 필요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의 '왜곡된 프레임'이 확산될 경우, 단순히 기업 이미지 문제를 넘어 한미 동맹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워싱턴 내 한국 기업의 기여를 집중적으로 알리는 홍보전 강화 △한미간 보수 인맥의 재활용을 통한 미 의회 및 주정부 차원의 우호 네트워크 확대 △백악관 및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와의 소통 라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의 무지인지, 의도된 무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이 미국 대중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정부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반박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의 금이 깊어지기 전에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 년간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한쪽이 상대의 기여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운다면 한·미 안보 동맹의 균열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내 MAGA 지지층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 선거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곧바로 각종 대한국 수출물량에 대한 관세정책으로 전환되면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실질적 기여는 이미 조지아의 항만과 공장에서 입증됐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정치적 대응이다. 진실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동맹의 금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한국은 신속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