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1%가 누진제 선택…유명무실한 계시별 요금제
"누진제 대비 전기요금 차이 없어"
'낮은 전력수요 탄력성'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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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은 누진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2021년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주택용을 제외한 산업용·일반용 등 다른 용도에 대해선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한 가구수는 1215가구다. 제주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가구수는 2022년부터 매년 하락세다. 2022년 1398가구에서 △2024년 1314가구 △2024년 1241가구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부턴 반년 만에 26가구가 계시별 요금제에서 이탈했다. 이에 지난해 제주의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가입비중은 0.39%에 그쳤다. 사실상 모든 제주시민들이 여전히 누진제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가 외면받는 데에는 '전기요금'이 꼽힌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대비 전기요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며 "전기사용량이 많지 않은 봄과 가을에는 한 달에 몇 천원 수준 밖에 차이가 안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세탁기를 돌리거나 에어컨을 사용할 때 가장 저렴한 경부하 시간대(오후10시~오전8시)로 맞춰서 선택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정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는 여름 뿐인데, 굳이 여름에 경부하 등 시간대를 고려하면서 TV를 틀고, 에어컨을 틀지는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고민할 필요 없이 저렴한 누진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력 수요의 탄력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에서도 육지로의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문에서는 조업시간을 변경한다는 등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서 수요 탄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나 주택용은 수요 분산 효과가 크지 않다"며 "육지로의 확대는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이라며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한 측면이 있다. 원가에 기반해서 투명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