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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2050년까지 호주 주택 100만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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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09. 16. 14:07

부동산 가치 약 550조 증발 전망
재난비용 급증에 '경제 충격' 불가피
호주 주택 100만 채, 2050년까지 '보험 가입 불가' 위기
2024년 호주 빅토리아주 바이인딘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오는 2050년까지 호주 주택 약 100만 채가 '매우 높은 위험' 지역에 놓여 사실상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단순히 보험 문제를 넘어 부동산 가치 하락과 재난 복구 비용 급증 등 호주 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 ABC뉴스는 16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50년까지 약 550조원(6110억 호주달러)의 부동산 가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방 정부의 기후 영향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보험 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시스템적 위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호주국립대 엠마 에이즈벳 경제학자는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주택들이 모두 시스템적 위험이며, 현재의 보험 산업은 이러한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 "보험은 투자의 전제가 되는데, 그 중요성을 대중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재난 비용의 폭증도 우려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 복구 및 지원금 지출은 2060년까지 최소 65조 6000억 원(730억 호주달러)에 달해 GDP의 4% 규모로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즈벳 박사는 "GDP의 4% 손실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며 "일자리 감소와 가계 소득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험 업계는 가구 보험료 규모로 볼 때 이미 보험손실이 우려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보험 재난'으로 인한 손실은 1995~2000년 GDP의 0.2%에서 최근(2020~2024년) 0.7%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가구 보험료의 15%가 평균 가구 소득 4주치를 초과하는 수준이며, 앞으로 보험료는 더 비싸질 전망이다.

이안 던롭 호주 안보 지도자 기후그룹 선임위원은 "보험 산업이 붕괴하기 시작하면 전국적으로 훨씬 더 큰 경제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이 안 되면 주택 담보 대출이 끊겨 매매 시장이 마비되고, 국민들의 이동성도 제한된다"며 특히 북부 호주와 남동부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 일대를 위험 지역으로 꼽았다.

이번 평가 보고서는 노동·관광 등 다른 산업 부문 피해도 구체적으로 전망했다. 무더위로 인해 육체 노동이 어려운 날이 늘면서 열파(폭염 현상)만으로도 GDP의 0.5%에 해당하는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자연재해로 인한 여행 취소로 관광객 수가 연간 14%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담겼다. 2019~2020년 '블랙 서머(Black Summer)' 대형 산불 당시 관광객의 10~20%가 여행을 취소해 업계에 약 40조 원(45억 호주달러) 손실을 입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측이 보수적일 수 있다며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던롭 위원은 "기후 위험 노출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5도를 넘어섰고, 이 시점에서는 다양한 현상이 연쇄적으로 촉발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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