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가 자격 확대…“더 많은 도전, 더 넓은 기회”
금상 최대 1200만원·국가기술자격 혜택…국제대회 출전 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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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출신 주대섭씨(55·지체장애)는 구인두암 항암 치료와 장애라는 이중의 시련을 딛고 바리스타로 인생의 새 길을 열었다. 지역대회 금상을 거머쥔 그는 "장애인이 아니라 기능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며 강릉 전국대회 무대에 올랐다.
경기도의 김영석씨(39)는 20년 가까이 조현병을 앓으며 무기력 속에 살았다. 그러나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처음 접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그의 삶을 바꿨다. 올해 경기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씨는 "처음으로 미래가 보였다"며 "꾸준히 코딩을 이어가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의 이준영씨(31)는 뇌병변 중증장애로 은둔생활을 이어가던 중 워드프로세서를 배우며 사회와 다시 연결됐다. 지역대회 금상을 따낸 그는 "사람들이 장애가 아닌 내 기술을 본다"며 당당함을 되찾았다. 충남의 고등학생 김예진양(18)은 제과제빵에 도전하며 "빵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제 꿈도 함께 부푼다"고 전했다.
청각·언어장애를 가진 경기도의 귀금속공예가 이준영씨(25)는 반복 훈련 끝에 지역대회 금메달을 거머쥐고 주얼리 기업에 취업까지 성공했다. 경북의 신유석씨(34)는 디자인 전문가에서 웹마스터로 전향해 "청각장애인도 최신 웹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는 각오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밖에도 산업재해로 다리를 잃은 뒤 3D프린팅에 도전하는 이승주씨(43), 드론 교육과 자원봉사로 삶을 넓힌 바리스타 임영조씨(39) 등 전국 곳곳의 장애인 기능인들이 도전과 희망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이들의 이야기는 전국무대에서 단순히 기술을 겨루는 경연을 넘어, 장애인들이 삶을 바꾸는 도전의 무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능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는 참가자들의 도전은 '장애가 아닌 가능성의 언어'로 기록되고 있다.
465명 기능인의 '아름다운 도전'
제4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강원 강릉에서 열린다. 전국 17개 시·도 대표 선수 465명이 참가해 정규 19개, 시범 12개, 레저·생활기능 9개 등 총 40개 직종에서 기량을 겨룬다. 경기는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중앙고등학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정규 직종에는 전산응용기계제도, 전자기기, CNC선반, 시각디자인, 화훼장식 등 전통적인 기능 종목이 포함됐고, 시범 직종에는 3D프린팅, 모바일앱개발, 영상콘텐츠제작,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최신 산업·생활 분야가 대거 편성됐다. 레저·생활기능 직종에서는 e스포츠, 네일아트, 영상콘텐츠편집, 사무행정 등 장애인의 일상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종목이 마련됐다.
입상자에게는 푸짐한 상금이 주어진다. 정규 직종 금상은 1200만원, 은상 800만원, 동상 400만원이며, 시범 직종 금상은 600만원, 레저·생활기능 직종 금상은 200만원이 지급된다. 입상자는 상금과 함께 2년간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실기시험 면제 혜택을 받고,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도 얻게 된다.
발달장애인 참가 문턱 낮아져
특히 올해부터는 발달장애인 특화 직종 참가 자격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금상 수상자만 전국대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금·은·동 입상자 모두에게 문을 열었다. 발달장애인의 참여 저변을 넓히고 더 많은 이들이 기능을 통해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대회는 고용노동부와 강원특별자치도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주관한다. 개회식에는 강원도지사, 교육청 부교육감, 노동계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올해 슬로건은 '2025 Beautiful Challenge Gangwon'으로, 장애를 넘어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노동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산업·기술 변화에 맞춘 직종을 꾸준히 개발해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유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그동안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통해 배출된 기능장애인들은 산업 현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직업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며 "앞으로도 산업·기술 변화에 맞춘 다양한 직종 개발을 강화해 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지속 가능한 고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