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8’의 다양한 해석을 담아 12편의 초단막극 선보여
숏폼 콘텐츠 시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현장성과 공동체성의 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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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10minutes'는 매해 신작을 통해 연극계에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겨왔다. 올해 여덟 번째 시즌은 9월 17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열린다. 변영후 예술감독과 운영위원 이지영, 방혜영이 기획을 맡았으며,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축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서울어텀페스타 참가작으로도 포함됐다. 이번 축제 역시 변함없이 "10분이 지나면 공연은 강제 종료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12개 팀이 각기 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축제의 키워드는 숫자 '8'이다. 참여 단체들은 이 숫자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무대마다 서로 다른 상징과 의미를 담아낼 예정이다. 8은 무한대(∞)의 기호이자 두 개의 원이 맞닿은 형상으로 읽히고, 때로는 시간적 간격이나 사회적 맥락을 환기하기도 한다. 이번 무대들 가운데 일부는 일상의 대화에서 출발하고, 또 다른 일부는 사회적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 형식 또한 리얼리즘부터 상징극, 코미디와 시적 장면까지 폭넓게 시도된다.
이번 축제는 2주에 걸쳐 진행된다. 1주차(9월 17~21일)에는 여섯 편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진다.
첫 무대는 극단 이면:지의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고객센터 상담실을 배경으로 상담원과 두 고객이 벌이는 대화 속에서 반복과 전복의 순간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작품 '2호선 8-3칸'은 퇴근길 지하철 칸을 무대로,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고독을 그린다. 기관사의 목소리와 주변 인물들이 얽히며 일상의 무게가 스며든다. 프로젝트삼의 'LIV(f)E on'은 평범한 저녁, 브라운관 TV 속 인플루언서가 갑자기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장면을 펼쳐낸다. 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031의 '비를 피하는 방법'은 사주에 얽매여 살아온 청년이 운명의 균열과 마주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너의 오른팔'은 노래방이라는 공간에서 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신발끈 하나를 두고 갈라지는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1주차 마지막 무대는 창작집단 이랑의 '아체르보'. 마감 직전, 파스타를 조리하는 주방장과 손님의 대화가 설익은 삶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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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라는 시간은 서사 전개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장면을 덜어내고 핵심을 드러내는 힘을 요구한다. 이는 오늘날 빠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세대에게 오히려 적합한 방식일 수 있다.
다만 숏폼 영상이 '소비 후 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 연극의 숏폼은 무대와 관객이 같은 공간을 호흡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관객은 배우의 호흡과 시선을 10분 동안 집중해서 지켜보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긴장은 여운으로 남는다. 이처럼 연극만이 줄 수 있는 현장성과 공동체성은 '프로젝트10minutes'가 숏폼 시대에 제시하는 대안적 가치를 보여준다.
결국 이 축제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짧은 시간이 과연 연극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무대 위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10분이라는 제약은 결코 작은 틀이 아니다. 그 안에서 발화되는 목소리와 이미지, 그리고 관객의 호흡이 모여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프로젝트10minutes'의 실험은 올해도 관객에게 그 사실을 증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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