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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최대 생산국’ 프랑스 포도밭 주민들, 농약에 무방비 노출…아동 특히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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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파리 통신원

승인 : 2025. 09. 17. 16:56

3~6세 아동, 성인보다 더 많이 체내 축적
와인 생산지 주민, 비농촌 15~45배 노출
포도밭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역의 한 포도밭. 기사 내용과 무관./임유정 파리 통신원
프랑스에서 포도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농약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매체 르파리지앵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본토의 주요 와인 생산 지역 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프랑스 식품환경직업 건강안전청(ANSES)과 보건부는 현지 주요 포도밭 주변 거주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농약 노출 조사를 실시했다. 포도밭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민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지역은 오베르뉴-론-알프스, 부르고뉴-프렁슈-콩테, 누벨아키텐, 옥시타니, 프로방스-알프스-코트다쥐르, 그헝 등 총 6곳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에 있는 성인 1946명과 아동 742명이다. 대상자의 소변과 머리카락에 남아있는 농약 관련 물질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포도밭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비농촌 거주민의 약 15~45배로 농약(살균제, 제초제, 살충제 등)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에 가장 많이 노출된 연령 집단은 3~6세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보건부 소속 역학 조사관 클레멍스 피욜은 "특히 3~6세 아이들은 흙과 더 많이 접촉하고, 손을 입에 자주 갖다 대기 때문에 성인보다 체내에 축적된 농약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농약 사용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장 피에르-미쉘 페르노는 "이번 조사는 포도밭 근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농약을 사용하는 다른 작물 경작지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3년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가 발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백혈병 발병과 포도밭 인근 주거지 간의 연관성이 유의미했다.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포도밭과 거주지 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백혈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지 반경 1㎞ 내 포도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씩 높아질수록 백혈병 발병 위험이 10%씩 증가했다.

페르노 박사는 "특히 아이들이 자주 왕래하는 학교 주변엔 유기농 작물만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만드는 등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유정 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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