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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17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내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설렌다"면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을 이제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거의 모든 영화를 일부 장면이라도 부산에서 촬영해왔다"며 "부산을 너무 좋아해서 각본을 쓸 때를 포함해 자주 내려와서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몇몇 장면도 부산에서 촬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직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한 일이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진다는 거대한 역설을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털어놨다.
BIFF 개막작 상영에 앞서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고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국제관객상을 받은 '어쩔수가없다'는 제지회사에서 해고 당한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코미디적인 요소와 한국적인 상황이 진하게 가미된 것과 관련해선 "코미디의 가능성과 가족들이 주인공 '만수'가 하는 일을 눈치채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 가지가 저를 사로잡아서 이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집에 대한 집착이나 '만수'가 가부장적인 사회 풍습 때문에 겪게 되는 한계와 어리석음을 더 각별하게 묘사하려 노력했다. 어느 나라 관객보다 (국내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병헌은 "종이의 쓰임이 사라져가면서 제지업이 어려워지는 극중 상황처럼 영화의 어려움, 극장의 어려움이 있다"며 "극장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관객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는 모든 영화인이 생각하는 문제"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연기한 손예진도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배우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영화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