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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잡초 이름이 '며느리밑씻개'이다. 며느리밑씻개의 본래 이름은 '사광이아재비'다. 며느리밑씻개와 매우 닮은 '며느리배꼽'의 옛 이름이 '사광이풀'이므로, 선조들은 이 풀을 사광이풀의 친척 쯤으로 인식해 '사광이아재비(아저씨)'라고 불렀던 것이다. 여기서 사광이는 '살쾡이'를 뜻하는데, 두 종류의 풀 모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사납고 매서운 이미지의 살쾡이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느닷없이 사광이아재비는 며느리밑씻개로, 사광이풀은 며느리배꼽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못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시 돋친 이 풀로 용변 후 뒤처리를 시켰다는 며느리밑씻개는 이름 자체가 고약하다. 일본에서는 이 풀을 '의붓자식밑씻개'라고 부른다는데 멀쩡한 우리 이름을 놔두고 슬쩍 단어만 바꿔 '며느리밑씻개'라고 고쳐 놓은 의도가 참으로 불순하고 악의적이다.
우리 풀 '사광이아재비'와 '사광이풀'은 척박한 땅에 그늘을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기특한 역할을 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야생초이기에 당연히 식용으로, 약용으로 두루 쓰이는 고마운 잡초다.
말 못 하는 풀이라고 비하와 멸시가 가득한 이름을 함부로 붙여줘서야 되겠는가! 하루빨리 망칙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본래 이름인 '사광이아재비'로 바꿔 분홍색 별모양 꽃이 예쁜 이 풀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어야겠다.
/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