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보안 허점·문화재 보호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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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관광유물부는 17일(현지시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박물관 복원실에서 유물이 사라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AFP와 CNN에 따르면 도난 사실은 다음 달 로마에서 열릴 '파라오의 보물' 특별전 준비 과정에서 소장품 목록 점검 중에 드러났다. 팔찌의 정확한 마지막 확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관광유물부는 팔찌의 밀반출을 막기 위해 공항, 항구, 육상 국경 검문소 전역에 경보를 발령하고 팔찌 사진을 배포했다. 동시에 복원실 소장품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조사 초기 단계라 즉각 발표하지 못했다"며 발표 지연 이유를 해명했다.
사라진 팔찌는 청금석 구슬로 장식된 금팔찌로, 기원전 11세기 제3중간기 파라오 아메네모페의 소유로 알려졌다. 이 팔찌는 타니스에서 파라오 프수센네스 1세의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아메네모페의 무덤이 도굴된 뒤 이곳에 재매장된 상태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법의학 고고학자 크리스토스 치로지아니스는 AFP 인터뷰에서 "도난당한 뒤 온라인 플랫폼이나 딜러 갤러리, 경매장에서 곧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발각 위험을 피하기 위해 팔찌를 녹여 금으로 처리하거나, 개인이 은밀히 소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도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팔찌가 해외 밀반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인터폴과의 공조 수사에 착수해 국제 경매시장과 비공식 유통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카이로 박물관의 보안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립박물관에서 3000년 된 왕실 유물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현장 보안 시스템과 내부 관리 체계에 구조적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집트 문화유산 보존 정책 전반이 재점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