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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온 두 거장의 대화, 세잔 vs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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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30. 14:22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서 유화 51점 등 전시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 국내 첫선
르누아르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 전시 백미
전시 전경 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전경. /예술의전당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19세기 프랑스 미술사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극명한 대비와 마주하게 된다. 폴 세잔의 '세잔 부인의 초상'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가 나란히 걸려 있다.

세잔의 그림 속 부인은 냉정할 정도로 절제된 시선으로 관람객을 바라본다. 작가의 감정은 철저히 배제된 채, 얼굴의 윤곽과 그림자마저 기하학적 도형으로 환원되어 있다. 반면 르누아르의 캔버스에서는 막내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부드러운 붓질과 따뜻한 색채로 스며나온다. 아이의 파란 눈동자와 부드러운 살결, 광대 의상의 주름 하나하나에 애정이 깃들어 있다.

같은 인상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예술 철학을 추구한 두 화가의 여정이 바로 이 한 장면에 압축되어 있다.

01.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Girls at the Piano)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GNC 미디어
프랑스 인상주의를 넘어 현대미술의 문을 연 두 거장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특히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첫 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 세실 지라르도는 "두 작가의 작품 중 익히 알려진 명작들만 엄선했다"며 "이번 작품들을 공수하는 데 비행기 4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6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에서 엄선한 유화 51점과 관련 영상 및 사진 70여 점을 선보인다. '야외에서', '정물에 대한 탐구', '인물을 향한 시선' 등 주제별로 구성된 각 섹션에서 두 화가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그들의 서로 다른 접근법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풍경화에서도 이들의 차이는 뚜렷하다. 르누아르는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빛과 공기의 떨림을 포착해 조화로운 자연을 그려냈다. 반면 세잔은 직선으로 곧게 선 나무나 큰 바위를 화면 가장 앞에 과감히 배치하며 풍경의 질서와 구조를 강조했다.

07. 바다 풍경, 건지 섬(Marine, Guernsey)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바다 풍경, 건지 섬'. /GNC 미디어
전시의 백미는 르누아르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다. 화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르누아르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처음 의뢰받은 작품으로, 파스텔 1점과 유화 5점 등 총 6점의 대형 작품 중 정부가 최종 선택한 바로 그 작품이다. 지라르도 큐레이터는 "르누아르 그림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며 "최고의 구조를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습작을 그렸고, 완성한 여섯 작품 중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잔의 사과는 성경 속 아담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함께 '세상을 바꾼 3개의 사과' 중 하나로 불린다. 전통적 원근법을 파괴하고 여러 시점을 하나의 화폭에 담는 '다시점' 기법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결정적 영감을 제공했다.

04. 사과와 비스킷(Apples and Biscuits)
폴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 /GNC 미디어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세잔과 르누아르가 20세기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게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피카소는 "세잔은 나의 유일한 스승이다. 우리 모두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을 정도로 두 화가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졌다. 전시에서는 르누아르의 누드화와 피카소의 누드화, 세잔의 정물화와 피카소의 정물화를 나란히 배치해 예술사적 계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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