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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 넷플릭스는 영화계의 ‘진공청소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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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9. 22. 15:06

할리우드에선 워너브러더스 인수전 참전…파라마운트와 물밑 경쟁
제30회 BIFF에 9편이나 출품…국내외 투자·배급사들 중 단연 최다
몇 년전까지 해외 유수 영화제서 배척당해…이젠 '젖줄' 다름없어
올해 BIFF 넷플릭스 초청작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인 '굿뉴스'(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와 '대홍수', '프랑켄슈타인',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모두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제공=넷플릭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강자 넷플릭스의 왕성한 '식욕'이 영화제에 이어 할리우드 지형도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주 콜라이더와 퍽뉴스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디어 공룡'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인수전에 뛰어들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의 모 회사인 워너 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지난 2022년 합병한 회사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오라클 창립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이 세운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파라마운트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HBO맥스·CNN 등 케이블 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전 사업 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 기능과 스트리밍 부문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넷플릭스의 인수가 성사된다면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의 '최고령' 스튜디오를 집어삼키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영화제를 먹여살리는 '젖줄'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모양새다. '굿뉴스' '프랑켄슈타인' 등 모두 9편의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가 지난 17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초청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외 투자·배급사들 가운데 출품 편수로는 단연 1위다. 오랜 불황에 따른 극장용 영화의 제작 편수 감소로 화제작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BIFF 안팎에서 '넷플릭스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또 경영 악화로 영화제 기간 중 행사 개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들과 달리 자사 작품들을 홍보하고 취재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관련 포럼을 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인 지원 사업의 성과를 과시해 눈길을 모았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행보를 지켜보며 8년전 프랑스 칸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2017년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들어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을 두고 OTT 작품에 문호를 개방하느냐 마느냐로 줄곧 시끄러웠다.

당시 현지 특급 호텔들과 호화 요트에 마련된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 와인스타인 컴퍼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대형 홍보 부스들을 분주히 오가던 중이었다. 잠시 한숨을 돌리던 크로와제 거리 뒷골목에서 동행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에게 "영화제가 됐든 산업이 됐든, 넷플릭스 덩치가 아무리 커져도 워너나 파라마운트 같은 스튜디오를 상대로는 당분간은 못해보겠죠?"라고 말문을 열자, 수입사 관계자는 "그걸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불과 몇 년 후면 넷플릭스가 다 잡아먹을지도 모르죠"라고 답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낯이 화끈거린다. 세상의 빠른 흐름을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우물 안 개구리'의 단견을 다시 반성하게 된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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