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수상 불발 아쉬워…"이병헌 男주연상 희망했는데…"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해고' 상황 공포 늘 있어…출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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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지 않겠나"
박 감독은 베네치아에서 쏟아진 현지 격찬에도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해 "그래서 앞으로는 (국제관객상을 준) 토론토에만 가려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진 뒤 "평론가들과 기자들의 평점 순위에서 계속 1위를 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수상)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원했다"고 아쉬운 속내를 털어놨다.
작품이 처음 공개될 때마다 찬반이 엇갈렸던 전작들과 달리, 이처럼 호평 일색이었던 이유와 관련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선입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폭력적인 대목과 성적인 묘사, 이를테면 배배 꼬인 변태스러움이 제 작품의 특징처럼 여겨졌나 봐요. 그런데 '어쩔수가없다'는 이 같은 특징들이 보이질 않으니까 아무래도 보시기 편했겠죠. 등급을 염두에 두고 위험한 걸 피해가며 시나리오를 쓰지 않지만, 이번 이야기는 굳이 청소년 관람불가로 갈 이유가 없었어요. 또 나이가 들면서 '늙은 변태'로 비춰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고요."
신작 투자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아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 일종의 '해고'에 대한 잠재적 공포는 세계적 거장이라고 피해가는 건 아니다. 한국 영화계를 휩쓸고 있는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박 감독은 "그 같은 두려움이 어쩌면 이 영화를 오래 붙들고 있었던 이유일 수도 있다"면서 "언젠가 비슷한 경우에 닥치면 초저예산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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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어쩔수가없다'
코미디의 제왕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는 '어쩔수가없다'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점층적으로 반복되는 아이러니에 취해 한참을 웃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며 씁쓸하고 서글픈 기운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박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꽤 이질적이다. 실직 가장이 재취업 과정에서 겪는 안팎의 어려움으로 시작해 전원 주택과 바비큐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 중산층의 속물적 욕망을 거쳐 인공 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설 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잔인한 현실까지,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은 소재들을 전면에 앞세우고 있어서다. 직전 작품인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아가씨' '스토커' '박쥐' '친절한 금자씨' 등이 사랑과 복수·원죄·구원 등에 대해 다소 추상적인 질문을 던졌던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특유의 만듦새는 여전하다. 대부분의 등장 인물은 물론이고 묘묙과 화분 같은 극중 소품을 대상으로도 각각의 서사 내지는 쓰임새를 부여해 이야기와 감정을 켜켜이 쌓아올리는 일종의 '레이어드' 방식은 깊은 뒷맛과 강한 여운 등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또 전작들에 비해 폭력 묘사의 정도가 낮다는 점도 관람을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렇다고 해외에서의 극찬처럼 무난한 재미만 기대하고 극장을 찾으면 조금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빵' 터지는 웃음이 많지 않다. 이와 함께 극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이병헌의 원맨쇼를 포함해 출연진 모두가 호연을 펼치지만, 이들의 연기가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예상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도 아쉽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