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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컬처, 콘텐츠 주권 회복을 위한 디지털자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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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1. 16:13

고경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굿블록 대표이사)
한국 콘텐츠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K-팝, K-드라마, K-게임, K-웹툰 등은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콘텐츠를 만든 제작자나 국내 기업은 그 열매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콘텐츠는 한국에서 시작되지만 그 수익은 글로벌 플랫폼과 외국계 자본에게 흘러들어간다. 한국은 IP 소유권도, 수익 배분 구조도 확보하지 못한 채 'K컬쳐'라는 이름만 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의 시작은 제작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 콘텐츠 산업은 고위험·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흥행을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국내 자본은 초기 투자를 꺼리게 되고 결국 외국계 플랫폼이나 투자사가 제작비를 선투자하며 IP와 수익 구조의 선점권을 가져가는 계약이 체결된다. 그 결과 K-콘텐츠는 외형적으로는 '국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 자본의 상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서서히 약화시킨다. 외형은 한국 콘텐츠처럼 보이고,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응원하지만, 정작 그 경제적 보상은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콘텐츠의 IP는 해외 기업이 소유하고, 수익 배분 구조 역시 한국보다는 외부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K-컬처는 실질적 이익 없이 이미지만 소비되는 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Web3 기반의 디지털 자산 구조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프로젝트의 일정 지분을 디지털 자산(토큰)으로 설계하고 국내 기업이 전략적 자금 일부를 책임지며 나머지를 글로벌 팬이나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분산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제작 초기 단계부터 IP에 대한 통제권과 수익 배분 권리를 설계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온체인으로 기록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 정산된다. 기여자가 누군지, 얼마를 참여했는지, 어떤 지분이 있는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수익의 흐름은 예측 가능하고 권리는 분산되며 불균형은 구조적으로 조정된다.

최근에는 실제로 한국에서 기획한 콘텐츠가 국내에서는 투자받지 못해 해외에서만 제작된 후 국내 배급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거나 OTT 계약 조건에 따라 한국 플랫폼에서조차 방영이 불가능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투자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 주권 자체가 외부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을 되돌리려면 콘텐츠 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개편은 단지 IP를 되찾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유통 구조와 팬 참여 구조까지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주권은 '콘텐츠 소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비되고, 누가 참여하고, 수익이 어떻게 분배되고 공유되는지에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연 티켓 유통의 경우 실제 팬이 티켓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매크로 프로그램과 암표상이 좌석을 선점하고 2차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외부 유통망으로 이탈하고 팬은 불합리한 가격에 소비하게 된다. 이 문제는 DID(Decentralized Identity)와 실시간 QR 기반의 티켓 시스템을 통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팬 한 사람당 하나의 고유 신원으로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이 역시 콘텐츠 수익의 공식적 통제권을 회복하는 구조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사례처럼, 팬의 참여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지 못했을 때 콘텐츠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Web3 기반 투표 시스템은 모든 투표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팬의 참여가 공정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이처럼 소유권은 물론 유통과 참여까지 디지털 자산화 구조 안에서 설계될 수 있다면 콘텐츠 산업의 주권은 비로소 전방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K-컬처가 진정한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지 수출의 숫자가 아니라 IP의 권리, 수익 설계, 기여의 정당한 보상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구조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Web3와 디지털 자산은 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단순한 코인 발행이 아니라 IP의 가치를 거래 가능하게 만들고 기여의 이력을 자산으로 기록하며 수익을 자동 분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구조 안에서 팬은 소비자가 아닌 기여자가 되고 제작사는 외국 자본에 휘둘리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스스로 산업을 설계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한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단계를 넘어 팬과 제작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콘텐츠는 한국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수익도, 권리도, 책임도 한국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IP 주권을 되찾는 것이다. 

고경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굿블록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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