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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아창원특수강, 우주항공·방산 소재 산실 코앞…생산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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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10. 21. 13:44

섭씨 1650도 견디는 초내열합금 기술 국내 첫 확보
고청정한 소재 앞세워 우주·항공 핵심 소재 시장 노려
“우크라 전쟁, 미중 패권 싸움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지금이 진입장벽 높은 밸류체인 진입 적기”
우주항공,방산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합금 소재의 고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중이다
세아창원특수강 내 특수제강 공장에서 우주항공, 방산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합금 소재의 고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전기 슬래그 재용해로(ESR)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326억원을 지출했다. 2년 전보다 약 77% 늘린 액수다. 세아창원특수강이 이 비용으로 집중해 온 소재는 우주항공·방산 특수합금이다. 그 결과 섭씨 1650도에서도 금속의 내구성과 내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 초내열합금이 중요한 이유는 항공우주 시장의 성장과 연관 있다. 극한의 온도와 압력에 견뎌야 하는 우주·항공기 엔진의 핵심부품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전체 초내열합금 수요 중 약 절반이 우주항공 산업에서 발생한다.

지금 특수합금은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은 우주항공·방산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이 시기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공급망 진입에 승부수를 던졌다.

20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세아창원특수강 공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안전복과 헬멧, 장갑 등을 꼼꼼히 착용해야 했다.

제강 공장의 1,600도 60톤 전기로에서 고철 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강 공장의 1600도 60톤 전기로에서 고철 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보호장비를 착용 후 들어간 제강공장은 고요했던 밖과 달리 우렁찬 굉음과 함께 거대한 전기로가 눈에 띄었다. 주황색 빛을 발하는 고철을 1600도로 용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초겨울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지만 작업복과 헬멧, 공장 내부의 열기로 후텁지근한 기운이 가득했다.

핵심은 초내열합금이다. 특수합금 중 극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제품이다. 특수합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불순물이 없어야 해서 극도의 고청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전기로에서 용강(녹은 강)을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합금철을 투입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인 래들로를 거친다. 다음에는 청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용강 내 수소, 질소 등의 유해가스를 진공 상태에서 제거하는 진공정련로를 거치고, 여기에 더해 탄소도 제거한다. 탄소까지 제거하는 과정은 고청정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적용한다. 이 과정을 맑은국을 끓이는데 비유하기도 한다. 고춧가루 등을 넣은 국과 달리 국물 자체는 깨끗하지만 깊고 개성 있는 맛을 내는 셈이다.

이 공장은 수직 연주기를 보유 중이다. 용강이 완만한 사선으로 통과하지 않고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 용강이 주형 내에서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응고돼 변형 응력 발생이 거의 없다. 즉 고품질의 제품 생산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수직 연주기 공정을 통해 표면 균일성을 높인 특수합금 중간 소재 빌릿이 라인을 따라 이동 중이다_2
수직 연주기 공정을 통해 표면 균일성을 높인 특수합금 중간 소재 빌릿이 라인을 따라 이동 중이다. /세아창원특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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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신 제품을 약 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열처리 작업 과정. /세아창원특수강
특수제강공장으로 이동하자 시뻘건 파이프가 용해로에서 올라와 물탱크에 집어넣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파이프는 K-9 자주포 등에 사용되는 포신이다. 공업용수가 가득 찬 물탱크에 집어넣자 펑 소리와 함께 물이 분수처럼 주변에 흩어졌다. 포신이 순식간에 냉각되는 과정이다. 최근 이 포신은 K-방산의 수요 증가와 함께 월 생산량이 약 2배 늘었다는 설명이다.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떠올려보세요. 만약 이 배가 특수합금인 고청정강으로 건조됐다면 침몰했을까요? 아닐 겁니다."

세아창원특수강 공장에서 들은 타이타닉호 관련 이야기는 특수합금소재 기술로 우주항공 및 방산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세아창원특수강이 제작하는 소재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 1912년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부딪히면서 선박에 균열이 생기며 가라앉는다. 그러나 고청정한 강은 충격이나 부식을 막을 수 있다. 고청정한 소재일수록 빙산이 깨지면 깨졌지, 배에 손상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수제강 공정을 통해 생산된 특수합금 소재가 품질 검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다_2
특수제강 공정을 통해 생산된 특수합금 소재가 품질 검사를 위해 적재돼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현재 세아창원특수강의 모든 오감은 항공우주사업 밸류체인의 진입에 집중돼 있다. 추후 세아그룹의 미래 먹거리이기도 한 부문이다. 다만 이 밸류체인은 매우 견고하다. 피라미드 구조로 보잉·에어버스같은 항공기 완전조립 생산 등의 OEM 업체가 상단에 위치했으며, 그 아래에 엔진 등 항공기 메인파트를 생산하는 티어 원 업체들, 그 아래가 티어 원들이 생산하는 주요 모듈 제작 업체 티어 투, 그 아래가 티어 투 업체들이 생산하는 하위 부품 제작 업체들이다. 그리고 가장 하단이 스테인리스합금 등 주요 소재를 공급하는 소재회사다. 세아가 위치한 자리다.

채민석 기술연구소장 겸 우주항공사업단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싸움과 같은 기회가 생겼다"면서 "소재 서플라이 체인에 균열이 생겼고 이런 기회를 잡아 우리 회사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에 따르면 항공기 소재 시장은 지난 2022년 44조원에서 오는 2032년 102조 규모로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방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소형 위성의 대중화와 민간 기업의 우주 사업 진출이 우주 산업을 구조적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시장 확대가 특수합금 소재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직결된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세아창원특수강 전체 매출에서 우주항공·방산용 특수합금 및 타이타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 수준이지만, 오는 2030년에는 약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텍사스에 213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특수합금 전용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가 내년 6월 완공되면 글로벌 거점으로서의 핵심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창원이 R&D 허브 역할을 하고, 미국 법인이 글로벌 거점 역할을 맡는 구상이다.

채민석 소장은 "2030년까지 항공우주용 특수강에서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메이커로 도약하는게 목표"라면서 "미국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그룹사와 연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아창원특수강 전경
세아창원특수강 전경. /세아창원특수강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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