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한 영화인들은 긍정적…본격 도입 이제는 시간문제
표절 늘어날 우려…창작 태도·관련 법 마련 더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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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AI를 경험해 본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비용 절감과 작업 기간 단축을 위한 '도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의 한계를 미리부터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작품 구상 단계부터 스스로 상상력을 제한하기 일쑤였던 창작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 '중간계'에서 우리나라 장편 상업 영화로는 최초로 AI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을 시도한 강윤성 감독은 "요즘 같은 불황에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돈 안 드는 이야기를 알아서 먼저 찾게 된다"면서 "그러다 보니 우주가 배경인 SF 등 많은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장르 영화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덩달아 관객들은 극장을 안 찾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AI 기술은 상상력의 족쇄를 풀어줘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영화에 AI 연출로 참여한 권한슬 감독의 전망은 확신에 가까웠다. 자신이 연출한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해 열린 제1회 두바이 AI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바 있는 AI 전문가 권 감독은 "아무리 늦어도 2년 내로는 AI가 영화 제작 공정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AI가 그려갈 영화계의 앞날이 이처럼 장밋빛으로만 전개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다. 올 봄 AI가 구현한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 이미지들이 지브리의 화풍을 함부로 베꼈는지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표절에서 비롯되는 저작권 침해시비가 AI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더 자주 불거질 것으로 보여서다. 두 감독 역시 "AI가 없던 시절에도 표절은 있었다"면서도 "창작자의 올바른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저작권 보호 관련 법 마련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피할 수 없는 AI 시대의 명암을 좌우하는 건 결국은 인간의 몫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손에 쥐느냐에 따라 칼은 맛있는 요리를 위한 주방 도구도, 사람을 다치게 하는 흉기도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생존 기로에 서 있는 한국 영화계야말로 AI에 대한 슬기로운 접근이 절실한 분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