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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베트남 관세총국이 2023년 포스코 VST에 대한 통관 후 심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관세총국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포스코 VST가 수출용으로 면세 수입한 철강 원자재 2만 8000여 톤(t)을 '내수용'으로 판매하면서 목적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세총국은 이를 '고의적 탈세'로 규정, 미납 부가가치세 1212억 동(65억 4480만 원)과 탈세에 대한 벌금 1172억 동(부가세액의 약 100%·63억 2880만 원)을 부과했다.
포스코 VST는 즉각 반발했다. 당국에 목적 변경 신고를 늦게 한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지만, 해당 내수 판매분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이미 판매 시점마다 관할인 동나이성 세무국에 전액 신고·납부해왔다는 것이다. 세금 포탈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탈세'라는 중범죄를 적용한 것은 과도하다는 항변이다.
포스코 VST 관계자는 본지에 "절차를 몰라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탈세를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기관에서 VST가 탈세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이미 현지 세무서에 납부한 세금을 관세 당국이 '탈세 행위'로 규정해 이중 부과 및 탈세에 준하는 벌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관세총국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포스코 VST의 자진 신고 및 납부 시점이다. 관세총국은 "포스코 VST가 2020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신고 없이 임의로 판매했으며, 관세총국 조사단이 위반 사실을 지적한 후인 2023년 9월에야 뒤늦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즉, '조사 착수 후의 사후약방문식 신고'는 원 위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관세총국의 절차 중심의 논리는 이중 과세라는 더 큰 원칙의 문제를 덮을 순 없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VST는 관세총국의 최종 결정 전,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기 위해 문제가 된 물량 중 29개 신고서에 해당하는 부가세 656억 동(35억 4240만 원)을 년짝 세관에 자진 납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총국은 포스코 VST가 산하 기관인 년짝 세관에 이미 낸 해당 세금을 인정하지 않고, 이 금액을 포함한 1212억 동(65억 4480만 원) 전체를 다시 추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동일한 세금을 세무국에 한 번, 세관에 또 한 번, 총 두 번을 납부하게 된 셈이며, 656억656억 동(35억 4240만 원)은 관세 당국에만 두 번 납부한 꼴이 됐다.
현지 회계 전문가는 "세무국과 관세청 간의 행정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를 기업에 모두 전가하는 전형적인 행정 난맥상"이라며 "동일한 물품에 대해 세금을 두 번 징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들로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투자 환경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 행정과 예측 불가능한 법 집행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불안감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기업 법인장도 "성실히 세금을 냈음에도 절차 하나 어겼다고 100%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법 집행인지 모르겠다"며 "이런 식이라면 세무 리스크가 너무 커서 신규 투자를결정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포스코 VST는 1차(관세총국)·2차(재무부) 불복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7월 팜 민 찐 총리와 응우옌 찌 중 부총리에게 직접 구제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응우옌 찌 중 부총리는 "법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재검토할 것"을 재무부에 지시한 상태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역시 수차례 베트남 정부에 공정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100억 원이 넘는 돈이 묶여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