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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을 등에 업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대선공약에서 제시되었듯이 강력한 수요 규제와 공공주도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견되었고 세 차례 발표된 굵직한 부동산 안정 대책은 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6·27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 등 초강력 대출 규제, 9·7대책에서는 LTV 40%로 강화, 전세대출 2억원 제한, 그리고 10·15대책에서는 갭투자 금지, 서울, 경기 37개 지역 거래 규제 확대, 보유세 강화 예고 등을 담아 강력한 수요 규제 중심 대책이 주요 골자다.
이 외에도 실거주 의무화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부동산감독기구 신설 등을 현실화하고 향후 전세를 줄이고 월세 중심 유도, 보유세 등 세제 강화, 전·월세 면허제 시행 등이 정책으로 입안될 개연성이 크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빈부 갈등 유발의 중심에 있고 경제 악영향은 물론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에 막대한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1인 가구 급증과 인구 감소, 초고령사회 진입, 지방 초토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이에 걸맞은 주거복지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도 부동산시장의 대개혁은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고 현실적인 해결과제라 해도 낡은 장도(長刀)를 불쑥 꺼내 시장을 다스릴 수 없는 일이다. 뜀박질하는 집값을 잡는 일이 아무리 급해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 범주 내에서 대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장을 강제로 누르거나 땜질식으로 정책을 집행해서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바로 생태계 파괴식 정책에서 왔으며 이재명 정부 초기부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 아닐까. 10·15대책만 해도 그렇다. 불이 난 수도권 집값을 잡는다고 전면 거래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유일한 도심 공급창구기능을 하는 재건축이 올스톱 상태다. 핵심이 되어야 할 민간 공급은 빠진 채 대환 대출에까지 LTV 40%를 적용하다 보니 애꿎은 서민층만 오가지도 못하고 고금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꼴이 된 것이다. 전세 퇴거 자금 대출 혼선을 비롯해 비주택 LTV 규제 및 신생아 특례대출 정정 등 그야말로 대혼선이다. 은행 지점당 1~2인 정도 대출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10억 대출 실링이 배정된 현 상황에 숨이 막힐 정도다. 당장은 집값이 잡힐지 몰라도 내년 초쯤 그야말로 또 한 차례 대혼란을 겪을 게 분명하다. 당장 전세대란은 눈에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비슷한 정책이 2020년 6·17 안정화 방안으로 발표되었지만, 그 약발은 6개월도 가지 못해 전세가 폭등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매매수요가 전세로 이어지면서 전세가가 급등했고 추후 이는 재차 갭투자의 빌미가 되어 매매가가 무려 26% 오르는 폭등장세를 낳고 말았다. 시장 메커니즘 이해에 따른 대응보다 막연한 공급 활성화와 투기 억제라는 공허한 개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활성화,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생태계 교란이 아닌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명확하고 통일된 방침으로 확고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절대 중요하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 입안 수립과 결정 과정도 전면 보완해야 한다. 진보 정부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정책 입안 과정에서의 독단적 행태다. 구식 프레임 속에서 정해진 틀만을 들이대는 꼴이다. 비록 기득권자라 하더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효용성과 부작용을 검토하는 게 옳다. 밀실에서 극소수의 핵심 멤버 중심으로 정책을 강권적으로 수립해서는 실효성은커녕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다. 매번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런 정책 입안을 누가 했는지 전문가들은 서로 묻는다. 그만큼 협소한 인력풀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증거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자산과 주거 안정이 걸린 민생의 핵심임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