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자원 안보’는 지속에서 완성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29010012292

글자크기

닫기

배석원 기자

승인 : 2025. 10. 29. 17:50

한국석유공사 동해 1가스전 전경..석유공사 제공
한국석유공사 동해 1가스전 전경/한국석유공사
배석원 기자 증명사진
배석원 기획취재부 기자
몇 년 전 필리핀의 한 니켈 광산을 취재한 적이 있다. 비행기에서 배로 갈아타고, 다시 차로 이동하는 여정까지 이동 시간만 7시간이 넘어서야 광산이 있는 섬에 닿았다. 국내 한 기업이 앞으로 이곳에서 니켈 원광을 퍼올리겠다고 한 그 주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니켈과 코발트 등 원광 채굴에 나선 중국 등 여러 나라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중 유독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선을 끈 기업이 있었는데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자회사인 니켈아시아였다. 국내 기업이 첫 발을 내딛으려는 그곳에 이미 30년 전부터 니켈아시아는 채굴을 시작했다. 핵심광물의 패권을 중국이 쥐고 있다지만, 일본도 외국 섬에서 수년 전부터 채굴을 시작하고 있던 모습에 묘한 경계심과 함께 자원 확보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었다는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니켈과 코발트,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에서 천연가스와 원유와 같은 자원은 없으면 안되는 산업의 혈관이자 경쟁력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광물 수입은 중국에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핵심광물 자원안보 정책 평가와 미래 전략 보고서'를 보면 이차전지와 반도체, 항공·방산 등 전략산업에 투입되는 니켈, 희토류 등 핵심원자재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 광물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몽골과 호주, 캐나다 등 여러 자원부국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 전략비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도 모두 자원 안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광물부터 석유·가스 등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원개발과 탐사·채굴 사업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는 사업임에도 유독 정권 교체기 마다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부터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원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사업의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와 손실의 책임은 명확히 가려야하겠지만 '자원 확보'란 본래의 취지까지 왜곡되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석유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 심해가스전 2차 탐사를 위한 광구권 분양 국제입찰에도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발표하기도 전에 영국계 메이저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먼저 흘러나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고 하지만, 세계적인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대한민국 동해 광구 탐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고 싶다.

우선협상대상 기업 선정 보도가 앞다퉈 보도된 것도 그만큼 자원 탐사와 관련한 국민적 관심도 높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자원 탐사는 광구권 계약부터 탄성파검사와 시추, 유전평가와 매장량 확인 등 긴 호흡이 요구되는 사업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정감사에서 대왕고래 실패 의혹과 관련해 "첫 번째 시추에 실패했다고 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의 발언 요지도 여전히 탐사를 통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는 있었지만 포기하진 않고 성공 사례로 남긴 동해 가스전을 떠올려 본다. 2004년부터 17년간 운영하고 2021년 가동을 끝낸 동해 가스전도 10번의 시추 실패를 딛고 11번째 성공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배석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