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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57] 나를 미워마세요 ‘미국자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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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30. 17:52

(57) 미국자리공 그림
미국자리공 그림
우리 땅에 정착한 외래식물 중에 '미국자리공' 만큼 서러움을 당한 경우는 없을 것 같다. 1990년대 초, 미국자리공이 대기오염이 극심한 강산성 토양에서 자라는 독초이고, 생명력과 번식력이 엄청나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무법자'라고 환경생태학자들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미국자리공 출현이 극심한 대기오염의 지표라고 보았고, 언론들은 이 식물이 발견되면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공포심을 느낀 주민들은 민원제기까지 하는 등 온 나라가 어수선했다. 흡사 '황소개구리'가 우리 생태계를 온통 삼켜버릴 듯 호들갑을 떨었던 그때의 모습과 판박이였다.

그런데 그 즈음 미국 방문길에서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 지인의 정원 한 구석에 미국자리공이 보살핌을 받으며 의젓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인의 말에 의하면 미국자리공이 정말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라는 것이다. 열매에서 짠 즙액으로 와인이나 팬케이크를 만들 때 특유의 색상을 입히는 첨가제로 쓰고 있으며, 심지어는 잉크로도 썼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선언서'가 이 잉크로 쓰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영어 이름이 '포크 샐러드(Poke salad)'이듯이 미국자리공은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이용되는 야생채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린 잎으로 국을 끓여 먹거나 묵나물로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자리공이 정말 우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우리집 뒤편에서 매년 모습을 보이는 미국자리공은 우리 고유 식물들과 오순도순 사이좋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못된 식물로 낙인찍어 공연히 미워했을 뿐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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