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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드라마서 각각 다른 매력...리시아 “연기의 본질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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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1. 01. 08:00

연극 '행오버',엠마 역...생생한 에너지 전달
웹드라마 '내아내는 8살'서 복합적 내면 연기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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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배우 리시아의 얼굴에는 지금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다. 하나는 웹드라마 '내 아내는 8살'에서 주연 송아라의 냉혹한 눈빛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로 무대 '행오버' 속 엠마의 생생한 에너지다. 카메라 앞과 무대 위, 서로 다른 조명이 그를 비춘다. 드라마 세트의 빛 속에서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포착하고, 대학로의 무대에서는 관객의 숨결과 맞닿는다. 공간은 다르지만, 두 세계에서 리시아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거짓이 없는 배우, 진심으로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대학로의 객석에서 리시아를 봤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코믹 스릴러 '행오버'의 무대는 배우들의 에너지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엠마 역의 리시아는 단번에 시선을 붙잡았다. 무대 중앙을 가로지르는 그의 동선마다 공기의 결이 달라졌고, 작은 몸짓 하나에도 확신이 묻어났다. 그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아니라, 그 순간을 '살아내는' 배우였다.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는 태도는 섬세했고, 긴장과 완화가 교차하는 호흡은 정교했다. 표정과 대사가 하나로 맞물리며 감정의 리듬을 만들었고, 장면마다 온도가 달라졌다.

리시아의 연기는 미세하지만 단단한 진폭을 지닌다. 코믹한 장면에서는 호흡의 간격을 넓혀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내고, 긴장 구간에서는 숨결 하나까지 조여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가까운 소극장의 거리감 속에서 그의 연기는 작은 떨림까지 또렷하게 전해졌고, 동시에 무대 전체의 흐름을 주도할 만큼 힘이 있었다. 단순히 무대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장면의 호흡과 분위기를 스스로 빚어내는 배우였다.

'행오버' 이번 시즌에서 리시아는 엠마를 맡았다. "이번 시즌은 다섯 명의 캐릭터가 서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가장 큰 포인트예요. 대본도 살짝 수정돼서 유머와 긴장감이 동시에 살아 있어요." 그는 리허설 단계부터 팀과의 호흡을 세밀히 맞추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타이밍은 혼자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서로의 호흡을 정확히 알아야 웃음도, 긴장도 살아나죠."

무대 위의 리시아는 에너지와 집중력 모두에서 관객을 끌어당긴다. "관객이 너무 가까워요. 제 눈빛, 손끝, 숨결까지 다 보이죠. 그래서 더 진심으로 하게 돼요. 그게 소극장의 매력이자 어려움이에요." 실제로 그의 연기는 미세한 표정 변화로 감정의 결을 그려냈고, 유머와 긴장이 교차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의 공기마저 달라졌다. 관객과 배우의 호흡이 맞물리며 '행오버' 특유의 긴장감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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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리시아는 매회 공연을 새로운 감정으로 맞이하기 위해 작은 변화를 시도한다. "헤어스타일이나 액세서리를 바꾸기도 하고,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달라지면 제 표현도 달라져요. 그 변화가 살아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줍니다." 매회 다른 관객 반응에 따라 애드리브의 리듬도 달라진다고 했다.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디테일을 바꾸기도 해요. 관객이 웃는 타이밍이 다르니까요."

감정 소모가 큰 공연을 매일 이어가는 일은 체력적인 부담으로도 연결된다. 그는 자신만의 집중력 유지법을 들려줬다. "공연 후에는 충분히 쉬고,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려고 해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는 음악이나 책을 보며 릴랙스합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빠져나오며 느낀 인상은 하나였다. 리시아는 단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순간을 설득력 있게 조직해 장면을 새로 세우는 사람이다. 이미 눈앞에서 그의 '다음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카메라 앞의 리시아는 또 다른 인물로 변한다. '내 아내는 8살'에서 송아라를 연기하며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밝아 보이지만, 내면엔 외로움과 결핍이 많아요. 아라는 그런 인물이에요." 극 초반 냉혹하게 등장한 아라는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한다. "드라마를 보시다 보면 아라의 행동이 이해되실 거예요. 저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점 그녀를 공감하게 됐어요."

송아라는 겉모습과 내면이 극명히 다른 인물이다. 리시아는 "아라의 행동들에 시청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아라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 연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리시아가 가장 깊이 각인한 대사는 '불길 속에서 죽음이 편해질 거야. 누구에게 이용당할 필요도 없다'는 대사였다. "그 대사가 아라의 슬픔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어요." 그는 이 장면을 통해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도전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특히 수위 있는 장면은 부담도 컸죠. 그런데 촬영 후 감독님이 '아라야, 또 한 번 성장했구나'라고 하셨을 때,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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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리시아는 송아라의 내면을 '공감으로 설득시키자'는 목표로 연기에 임했다. "시청자가 아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목표였어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라는 기대를 듣고 싶어요."

리시아의 배우 인생은 짧지만 밀도가 높다. 중학생 시절 처음 연기를 배운 뒤, 고등학생 때 연극영화과 진학을 결심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희곡을 접했어요. 그때 무대에 서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죠." 대학에 입학한 뒤 교수에게 들은 한마디는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눈이 진심이어야 진짜 연기자다,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어야 한다. 교수님이 하신 그 말씀을 지금도 기억해요."

리시아는 연기를 '심리의 탐험'이라 정의한다. "대사를 하기 전에 인물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대본에 없는 부분까지 상상해요. 인물의 일대기를 직접 써요."

무대와 카메라를 오가며 리시아는 두 매체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무대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생함이 있고, 카메라는 디테일이 살아 있죠. 하지만 둘 다 진심이 통하는 건 같아요." 감정 몰입이 큰 장면을 찍고 난 뒤에는 음악으로 마음을 정리한다고 했다. "밝은 노래를 듣거나 가족, 친구를 만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그는 매번 자신에게 같은 다짐을 건넨다. "정직한 배우가 되자."

음악은 리시아에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평소 음악을 자주 들으며, 그것이 감정을 정리하고 리듬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을 보며 예술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리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하이틴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아라'나 '엠마'처럼 어두운 역할이 많았거든요.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연기 외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면 패션 쪽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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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10년 뒤의 자신을 상상해 본 리시아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배우로 남고 싶어요. 매번 새로운 색을 보여주는 사람으로요."

무대에서 본 리시아의 모습은 아직 성장의 한가운데에 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에서도 눈빛은 단단했고,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는 집중력이 또렷했다. '지금 이 배우는 성장 중이다'라는 인상이 객석에 남는다.

'내 아내는 8살'의 리시아는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다듬는 배우로, '행오버'의 리시아는 생생한 호흡으로 관객을 이끄는 배우로 존재한다. 카메라가 담아내는 미세한 떨림과, 관객의 숨결이 전해지는 현장감 사이에서 그는 매일의 성장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끝으로 리시아는 드라마와 연극을 응원해 준 관객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내 아내는 8살', '행오버'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란 결국 진심이 통하는 사람이다. 드라마의 조명 아래서든, 대학로의 무대 위든, 리시아의 눈빛은 언제나 진심을 향한다.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내려온 뒤에도, 그 눈빛은 여전히 무대를 바라본다. 앞으로 또 어떤 얼굴로 관객 앞에 설지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리시아는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보다 더 큰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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