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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영국 던디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예린 작가의 말이다. 3년간 장학생으로 재학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졸업전시에서 'Graham Lang Prize'까지 수상하며 학부 최고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졸업작품 일부가 영국 옥션에 출품되며 현지 미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적 감수성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작가'라는 평가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국적 감수성을 말하는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단순한 믿음에서 출발했죠."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정의는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 한때 여성의 관능적인 형태에서 본능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지금은 평범한 일상 그 자체를 아름답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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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운명(Moirai)' 시리즈는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세쌍둥이 여신에서 영감을 받아 '태동', '흐름', '덧없음' 세 점의 캔버스로 구성됐다. 관능적인 여성 형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탐구한 이 작품은 본능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반면 함께 전시한 여덟 점의 흑백 판화는 절제된 세계에서 편안함을 담았다. "판화의 접근성을 높여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작품을 소장해 주셔서 제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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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탈리아 복원미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르네상스 작품을 사랑했다. 대학에서 동료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지켜보며 복원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깊어졌다.
"미술 복원가는 창작자가 쏟아부은 감정이 담긴 작품을 시대를 초월해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의 발자취 뒤에서 그들의 예술적 유산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직업이죠."
앞으로도 평범한 일상의 가치와 마음의 온기를 담은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김예린 작가. "제 작품이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의 말처럼, 그의 캔버스는 소란한 세상 속 작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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