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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함 대신 ‘진정성’, 엔씨 ‘아이온2’ 김남준 PD의 이례적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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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0. 31. 18:02

김남준 엔씨 아이온2 개발 PD. 유튜브 캡처
게임업계 흥행 공식의 무게추가 '소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금강선 전 디렉터가 '빛강선'이라는 별명 속에 쌓아 올린 유저와의 교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메이플스토리' 신창섭 디렉터가 위기 국면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찾은 흐름 역시 디렉터의 소통이 게임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입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아이온2' 개발을 총괄하는 김남준 PD가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이례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리니지2M' 개발 PD를 역임하며 업계 내에서는 입지를 다졌으나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된 무대는 '아이온2' 라이브 방송 'AION2 NIGHT'였다. 김 PD는 유창한 언변 대신 개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묻어나는 '찐 개발자 모먼트'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이온2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개발PD. 유튜브 캡처
함께 방송을 진행한 엔씨 소인섭 사업실장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게임을 소개하며 시청자 반응을 유도하는 동안, 김남준 PD는 커스터마이징의 아주 세세한 디테일을 하나하나 보여주거나 "이 뒷모습이 가장 보기 좋다"며 개발자 시점의 화면을 고집하는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이들의 티격태격하는 듯한 '케미'가 예비 유저들에게는 꾸밈없는 개발 현장을 엿보는 재미와 진정성으로 다가갔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체계적인 정보 공개 전략을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1차 방송에서 세계관, 2차에서 커스터마이징과 PC 플레이, 3차에서 출시일과 BM(비즈니스 모델) 윤곽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궁금증을 해소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 같은 소통 방식은 BM 우려 속 더욱 돋보였다. 김 PD는 "아이온은 아이온만의 길을 걷는다"고 단언하며 기존 과금 모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특히 테스트 빌드의 유료 재화 관련 UI(유저 인터페이스)가 노출되어 논란이 일자 숨거나 변명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투명한 설명과 단호한 약속이 담긴 신속한 대응은 예비 유저들의 불안을 신뢰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이온2 시연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파. 이윤파 기자
온라인에서 구축된 '찐 개발자'의 모습은 지난 30일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아이온2' 시연 부스는 3시간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며 폭발적인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김 PD는 직접 현장을 돌며 시연자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현장에서 한 시연자가 "스킬 카메라 흔들림 옵션을 ON/OFF 기능 외에 그래프 방식으로 세밀하게 조절하게 해달라"고 건의하자 김 PD가 즉석에서 내용을 메모하며 "반영하겠다"고 답한 일화도 있다.

여기에 현장을 방문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를 소녀팬처럼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장면이 한 방송사에 노출되면서 '찐 개발자 모먼트'의 정점을 찍었다. 자신이 만드는 게임의 기술과 비전을 사랑하는 순수한 개발자임을 각인시키며 예비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출시 전부터 팬덤을 업은 개발자의 존재는 엔씨 입장에서 어떠한 마케팅보다 강력한 흥행 자산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진정성이 '아이온2'의 성공 신화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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