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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희토류 동맹’ 맺은 미국·호주, 호주대사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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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2. 17:38

이경욱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호주의 경제 수도 시드니 앞바다, 그러니까 뉴질랜드 사이 대륙붕에 묻힌 원유 매장량이 중동 전체보다 많다는 얘기를 언론 등으로부터 꽤 자주 접했다. 환경오염 때문에 개발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개발에 나서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희토류·철광석·석탄·우라늄 등 천연자원이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연자원 부국 호주는 우리를 포함해 천연자원 빈국으로부터 늘 부러움을 사기 마련이다.

호주에서는 경기가 침체되면 서호주 철광석 광산 1곳을 신규로 채굴해 경기 회복에 필요한 재원으로 삼는 게 일상화돼 있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중국 등 철광석을 필요로 하는 나라로부터 입도선매식으로 현금을 받아 경기 부양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철광석 등 천연자원의 경우 호주산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철광석 부존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지만, 함량이 호주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을 수입한다. 대륙으로 분류되는 호주는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부터 천연자원 수입과 관련, 꾸준히 러브콜을 받는다.

운송거리가 주요 천연자원 수입국 중 가장 먼 미국도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해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대체 수입원으로 호주를 택했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정확하지 않겠지만 세계 40%를 차지하고 있고 호주는 3% 정도를 점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도 희토류가 매장돼 있지만 양이 충분치 않다.

희토류는 화학적 환경이 비교적 강하며 건조한 공기 중에서도 안정을 유지하며 열을 잘 전도하는 양도체다. 이에 따라 금속산업, 촉매제, 유리 및 렌즈산업, 신 세라믹, 영구자석, 인광물질, 레이저산업, 초전도체 제조, 폭탄 및 레이더 등 방위산업 등에 사용된다. 반도체와 무기산업 강국인 우리로서는 안정적 확보가 꼭 필요한 천연자원이다. 우리는 희토류가 거의 매장돼 있지 않지만, 소비량은 세계 5위다.

미국과 중국은 희토류 확보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언제든 반도체 등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희토류 공급난이 재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늘 갖고 있다. 관세 인상을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 오다 최근에는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그래서 미 행정부는 이미 천연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미 수출입은행은 호주 내 7개 광물 프로젝트에 대해 22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채굴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은 핵심 광물 사업에 금융·대출 등 투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희토류 공급을 둘러싸고 더 이상 중국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일본과도 희토류 동맹을 맺었다. 미일 정상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 동맹 배경은 당연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따른 것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70%에 달해 수출 통제 이후 포드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의 일부 생산 라인이 일시 중단되는 등 산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했다.

최근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은 이미 미 행정부 내에서 굳어진 상태다. 중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왔다.

세계 최강국 미국도 대통령까지 나서 희토류 등 천연자원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호주에 대사를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 대사가 공석일 경우 차석이 대사대리를 맡는 등 공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정식 대사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하루속히 주호주대사가 정해져 미국과 일본과 함께 '한미일 반도체 동맹'을 맺어야 한다. 호주와는 천연자원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간이 호주와의 꾸준한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로비스트를 동원하는 등 호주 천연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일본에 밀려 천연자원 부국 호주를 놓치는 것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놓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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