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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제 ‘DPP-4 억제제’, 파킨슨병 진행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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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5. 11. 04. 11:12

용인세브란스 연구팀 논문 국제 학술지 게재
"장-뇌 축 병리 차단…기존 약물 재창출 가능성 확인"
연구팀
정승호 신경과 교수, 김연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DPP-4 억제제가 장내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의 축적을 차단해 질환의 발병과 진행을 억제한다고 밝혔다./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당뇨병 치료제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연준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DPP-4 억제제가 장내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의 축적을 차단해 질환의 발병과 진행을 억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이는 게 특징이다. 주요 증상은 떨림, 경직, 움직임의 느려짐이다. 학계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장에서 시작해 미주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는 '장-뇌 연결 축'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뇌에 해당 단백질이 쌓이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이 파킨슨병 진행을 저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마우스에 파킨슨병을 유발하도록 도파민 신경세포를 저해하는 로테논을 투여했다. 로테논에 장기간 노출된 마우스는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장-뇌 연결 축을 따라 이동하면서, 6개월 이후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과 파킨슨병 증상을 보였다.

이때 시타글립틴을 병용한 경우, 장에서 염증 반응과 알파-시누클레인이 감소했다.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운동능력 개선도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 환경에서도 유익균은 늘고 유해균은 줄었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의 작용 원리를 밝히기 위해 GLP-1 수용체의 활동을 제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GLP-1 수용체는 인슐린을 분비하고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을 돕는 기전이다. GLP-1 수용체를 차단했음에도 파킨슨병 진행 억제 효과는 동일하게 일어났다. 이는 DPP-4 억제제가 GLP-1를 통한 호르몬 대사 경로가 아니라, 장내 면역 및 염증 조절을 통해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뜻이다.

정승호 교수는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이 파킨슨병의 장-뇌 축 병리적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시타글립틴의 효과가 GLP-1 신호를 차단해도 유지된다는 점은 이 약물이 면역, 염증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기존 당뇨병 약물의 재창출 전략이 파킨슨병 진행 억제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파킨슨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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