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작들과 달리, 포식자 '프레데터'를 실수투성이 신세대로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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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겁고 음울해진 '부고니아' = 장준환 감독이 지난 2003년 데뷔작으로 선보였던 '지구를 지켜라'는 종잡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와 무분별한 산업화를 직격하는 염세주의적인 세계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개봉 당시 평단의 만장일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흥행 실패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저주받은 걸작' 명단에 올랐다.
란티모스 감독이 '지구를…'의 투자·배급사인 CJ ENM과 손잡고 페르소나인 엠마 스톤을 주연 겸 제작자로 끌어들이면서까지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원작의 이 같은 장점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선명하게 재가공하고 싶어한 야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큰 뼈대는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약간의 변주가 이뤄진다. 외계인이란 이유로 주인공에게 납치당하는 거대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폭력 묘사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웃음기가 대부분 사라졌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처럼 여겨진다.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유머러스한 구석이 대폭 줄어들면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마음을 울리는데는 미치지 못해서다. 또 삭발을 불사한 스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은 시종일관 극을 지배하나, 아쉽게도 다른 배우들의 뒷받침이 부족하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열렸던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다퉜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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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여섯 번째 시리즈물로, 직전 작품인 '프레이'의 댄 트라첸버그 감독이 다시 연출 지휘봉을 잡아, 인간 사냥꾼 '프레데터'를 의욕만 앞서는 실수투성이 둘째 왕자로 바꿔놓았다. 전작들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대목으로, 어떤 이들은 "하다하다 이젠 '프레데터'가 인간의 역할까지 대신하나"라며 혀를 찰지 모르겠으나 꽤 설득력이 있는 변화다. 포악한 성품의 아버지와 탐욕스러운 인간들에게 맞서는 정의로운 신세대로 그려지기 때문인데, 어느새 '프레데터'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시리즈 고유의 원초적인 기운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정교하게 세공된 액션신은 가장 큰 볼거리다. 외전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만큼 본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라이벌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세계관도 일부 더해져 흥미롭다, 주인공을 위협하고 행성을 수탈하려는 지구의 초 거대 기업으로 '웨이랜드'가 다시 등장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