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박물관 밖 유물들의 재탄생…비귀속 유물에 현대예술 입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04010002050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1. 05. 05:00

국가유산청, 덕수궁서 16일까지 '땅의 조각, 피어나다' 전시
궁중채화·화예·유리공예 등 8인 작가 참여
ㅇ
예담고 프로젝트전 '땅의 조각, 피어나다'의 참여 작가 최성우(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의 작품. /사진=전혜원 기자
국가가 소장하지 않은 발굴 유물들이 현대 예술가들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는 오는 16일까지 덕수궁에서 비귀속 유물을 활용한 예담고 프로젝트전 '땅의 조각, 피어나다'를 선보인다.

비귀속 유물은 발굴 현장에서 나온 유물 중 국가 귀속유산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들을 말한다. A급 유물은 아니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닌 이들 유물은 그간 체계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권역별 유휴시설을 활용해 '예담고(庫)'를 조성했다. '옛 것에 현재를 담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예담고는 현재 충청(대전 사진포터널), 호남(전주 신리터널), 해양(목포 청해사), 영남(함안 모곡터널) 등 4개 권역에서 운영 중이다. 2028년까지 수도권과 강원권역까지 확대돼 총 6개 권역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발굴-보존-해석-창작-공유'로 이어지는 유물의 전 과정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산물로만 여겨지던 유물이 현대 예술가의 해석을 거쳐 '살아 있는 현재의 문화'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인 덕수궁 역시 의미가 깊다. 조선 궁궐의 품격과 근대 건축물이 공존하는 이곳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전시 주제와 맥을 같이한다.

ㅇ
섬유공예가 김은하의 작품.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에는 전통공예와 현대예술을 넘나드는 8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예담고에 소장된 석기, 토기, 청자, 기와 등을 각자의 재료와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는 4개 권역 예담고의 토기가 흙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발굴의 순간을 화려한 궁중 꽃으로 형상화했다. 화예가 레오킴과 사진작가 김유정은 호남권역의 기와를 미디어아트와 식물 조형으로 풀어내 과거와 현재의 긴밀한 연결을 시각화했다.

섬유공예가 김은하는 해양권역 청자 위로 피어나는 연꽃 형상의 섬유공예품을 통해 '생명의 재생'을 표현했다. 전통회화 복원가인 김호준·최지원은 유물의 결손 부위를 석고로 복원한 뒤 그 위에 전통회화를 더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친환경 소재 3D 프린팅 작가 서은하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화병과 영남권역 토기를 결합해 전통과 현대를 감각적으로 연결했고, 유리공예가 이규비는 충청권역 석기를 소재로 빛 속 씨앗의 생명력을 유리로 구현했다.

ㅇ
유리공예가 이규비의 작품.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 기간 중에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7일 오후 2시 덕홍전에서는 레오킴 작가가 유물을 활용한 창작 여정을 공유하고 작품 시연을 선보인다. 함녕전 회랑에서는 관람객이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며, 14일에는 석고 조각에 색을 입히는 전통회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예담고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유산과 국민이 직접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유물을 눈으로만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만지고 경험하며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문화 향유의 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ㅇ
화예가 레오킴과 사진작가 김유정의 작품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