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3대 초상 그린 극사실주의 대가 구자승, 선화랑서 근작 전시
2022년 작고한 재독 화가 노은님, 현대화랑서 3주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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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원(64) 개인전 '한 발짝 더 가까이'는 예상을 뒤엎는다. 김지원은 맨드라미의 열정적인 삶을 인생철학으로 승화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작가 하면 떠오르는 맨드라미를 비롯해 분수, 불꽃, 비행기 같은 대표 소재가 전시장 어디에도 없다. 대신 30년간 틈틈이 쌓아온,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연작이 200평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김지원의 그림은 방사성 물질을 닮았다. 가까이 쬐면 그만이다. 헤치고 캘 것 없이 알아서 온다." 김영기 OCI미술관 부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해석의 피로 대신 회화 본연의 체험을 제안한다.
전시는 '기억→현실→내면'의 흐름으로 작가를 줌인한다. 1층에서는 '아버지의 옥상' 연작이 관람객을 빛바랜 시공간으로 이끈다. 2층 '비슷한 벽, 똑같은 벽' 연작은 무심코 스친 회백색 콘크리트 옹벽을 화면 가득 담아 '이목의 전복'을 선사한다. 3층에서는 100점의 오이 드로잉이 민트색 벽면을 채우며 "그림은 곧 태도"라는 작가의 믿음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메모하듯 그리는" 그의 페인팅은 담백(Simplicity), 당당(Confidence), 중용(Moderation)이라는 세 키워드로 요약된다. "해석의 피로에 지친 관객에게 설명 없이, 보는 즉시 알아서 날아와 박히는 회화 본연의 맛"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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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극도로 사실적인 정물화는 절제된 화면과 밝은 색감, 짙은 배경을 통해 차갑게 표현된다. 그러나 단순히 사물을 옮겨 그리는 게 아니다. 흠이 있거나 망가진 부분은 그림 속에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유한한 오브제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한 공간 속에 담는 작업"이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그의 화면은 치유의 공간이다. 삼성가(家)의 의뢰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부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3대 초상화를 모두 그렸으며, 여러 대통령 초상화를 그린 인물화 대가이기도 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누드화 등 여러 인물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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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물, 붉은색은 불, 흰색은 공기, 검은색은 흙을 의미한다. 곧 생명의 네 가지 원소"라는 노은님 아카이브 권준성 관장의 설명처럼, 작가는 이 시기를 스스로 '생명을 그리는 시기'라 불렀다. 전시 제목작 '빨간 새와 함께'는 사람이 새를 안고 있지만 오히려 새에게 위로받는 듯한 작품으로, 불교의 윤회 사상과 생명의 순환을 담아냈다.
1970년 독일로 이주해 병원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고, 반세기 넘게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했다. 전시는 23일까지.










![[현대화랑] 노은님, 빨간 새와 함께, 1986, 한지에 혼합재료, 140.5 x 71 cm](https://img.asiatoday.co.kr/file/2025y/11m/06d/202511050100036010002046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