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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PEC 무대에 서지 못한 ‘CFE 이니셔티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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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11. 06. 08:23

아투 최원영
국정공백 대한민국,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을 목전에 두고 혼돈에 빠진 지난 1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대다수가 떠올리지 조차 못하고 있는APEC 정상회의를 당장 준비해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 전날 만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국가단위 중요 행사들이 국가 리더가 없는 상태에서 알맹이 빠진 자리들이 되고 있어 아쉽고 또 걱정된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APEC도 마찬가지로, 정권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의제에 힘을 실어야 할 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하소연이었다.

그리고 5개월 후인 6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반년간 멈췄던 국정 시계가 빠르게 흘렀다. 순식간에 AI 전문가들로 구성 된 새 정부 조각이 완료됐고 이미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 속에서도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 드라이브가 걸렸다. 트럼프 관세를 상대하기 위한 민관 합동 대외 아웃리치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MASGA(마스가)라는 희대의 기획으로 미국을 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해 코리아 원팀으로 총력전을 벌인지 불과 4개월만인 10월말 경주 APEC은 가장 이상적 결과물을 내놨다. 엔비디아 젠슨 황의 전폭적인 지지는 단숨에 한국을 글로벌 3위 AI 강국으로의 기반을 만들어놨고 길게 끌어 온 미국과의 관세 줄다리기도 합격점을 받아냈다.

'대한민국의 경제시스템은 건재하다'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계엄에 놀란 전세계 리더들에게 서신을 보내며 고군분투한 지 수개월만에 코스피가 4000선을 뚫고 고공행진 했다. 한동안 급변동이 있더라도 유동성은 넘쳐 흐른다. 실용 외교와 AI 강국을 내걸은 정부 전략이 먹혀들었다.

다만 APEC에서 정부가 힘 주지 않은, 핵심이면서도 변죽만 쌓고 끝낸 한 토막이 있다. 바로 무탄소에너지, 즉 CFE(Carbone Free Energy)·CF100 이니셔티브다. 기업에서 사용한 전력을 태양광·풍력 같은 100% 재생에너지로만 써야 한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맞서 제조업 강국 한국이 주도적으로 밀고 있는 일종의 돌파구다. CF100은 RE100이 말하는 재생에너지에 원자력과 수소, CCUS(탄소포집활용)를 더한 개념이다.

APEC에서 현대차를 중심으로 보여준 수소경제의 희망은 CFE 이니셔티브가 핵심의제에서 빠지면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기업들이 반발하는 무리한 수준의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역시 CFE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1700명의 글로벌 리더가 집결해 전세계가 주목한 APEC에서 빛날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햇빛이 있고 바람이 불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간헐성 재생에너지는 비쌀 뿐 아니라 대규모로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제조를 기반으로 수출하는 한국으로선 막대한 양의 값싼 전기가 필요한데, RE100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정부가 미는 AI 강국으로의 길에서 전력은 핵심이다. 하정우 수석이 AI 고속도로라고 부른 26만장의 GPU,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한국에 짓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원자력은 정권에 따라 '탈원전'을 선언하고, 다시 '정상화'를 외치는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치화 된 측면이 있다. 이번에도 정치가 경제를 흔들었을까. 김정관 장관이 과거 말한대로 RE100 다음은 CFE로 가길 바란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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