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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61] 다시 잡초가 된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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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7. 17:41

(61) 붓꽃 그림
붓꽃 그림
우리집 정원에는 '붓꽃'이 많았다. 영어로 '아이리스(Iris)'라고 하는 붓꽃은 꽃말이 '좋은 소식'이다. 꽃봉오리가 먹을 묻힌 붓과 같이 생겼다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이 붓꽃들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뒷동산에서 왔다. 엄마품 같이 따스했던 뒷동산은 붓꽃, 할미꽃, 제비꽃, 구절초, 원추리 등 수많은 풀꽃이 자생하고 있어 더 정겨웠던 곳이다. 택지 개발을 위해 괴물 같은 중장비들이 들이닥쳐 산흙을 파내는데, 수십억년을 존재해 왔을 동산이 없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용케도 우리 정원에서 살아남았던 그 붓꽃이 다시 잡초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번엔 그 원인을 내가 제공했다. 우리 가족이 이사를 하면서 새로 입주할 주인이 정원의 구조를 바꿔 붓꽃이 제 자리를 잃은 것이다. 새로 이사한 우리집은 협소하여 가족처럼 지내던 풀꽃들이 함께 하기 어려운 곳이다. 좋은 소식을 듣고 싶을 때마다 가까이 있던 붓꽃을 찾곤 했는데 마음이 허허롭기만 하다.

이제 붓꽃은 거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하긴 자연 속의 잡초들만 그러한가. 우리 인생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붓꽃이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남아 내년에 붓을 닮은 꽃봉오리를 보여주면 좋겠다. 나 또한 새로 이사한 곳의 부자연과 부조화를 잘 이겨내어 건강한 모습으로 강인한 모습의 붓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나이도, 세월의 나이도 이렇게 한 살을 더 먹어간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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