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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은 선거여론조사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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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7. 17:41

성균관대 2025년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 다양한 우려에도 국민 다수가 선거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역할을 인정
선거여론조사의 설계·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과 국민의 조사 참여 경험을 더 체계적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
선거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40년 가까이 되어간다. 1987년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복원되면서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민주주의의 진전이 현대적 의미의 선거여론조사가 정착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 박무익 한국갤럽 소장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여론조사 보도가 금지되던 제도 아래에서 선거 과정은 불투명하고 과열되었으며, 후보들은 모두 승리를 주장했고, 언론은 추측성 기사에 의존했으며,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근거 없는 소문과 모의투표가 난무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선거여론조사 제도는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쳤다. 현재의 보도 금지 기간(선거일 전 6일) 규정은 2005년에 도입되었고, 현재의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2014년에 설립됐다. 2017년부터는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 정당·후보자 실시 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심의위원회 조사·조치 권한 부여 등 공정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조사의뢰 기관의 편향성, 조사기관의 절차적 엄밀성 부족, 무응답률 증가, 정치인의 유불리를 근거로 한 조사 불신 발언 등은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거의 매일 뉴스 미디어를 통해 선거여론조사 결과와 해설을 접하고, 동시에 수많은 조사 참여 요청도 받는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문구는 너무 익숙하다. 해당 홈페이지의 '여론조사 결과 보기' 메뉴를 열어보면 조사 방식, 자료수집 절차, 설문지 등 다양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 예컨대 11월에 등록된 두 개의 전국 조사를 보자. 한국갤럽은 통신 3사가 제공한 익명화된 가상번호를 사용해 전화면접을 실시했고, 총 1만7784개의 무선번호로 전화를 걸어 1000명의 응답을 확보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약 5~6% 수준이다. 반면 뉴스토마토는 '무선 임의 전화번호 생성 방식'(RDD) 번호를 활용한 ARS 조사에서 20만 개의 무선번호로 연락을 시도해, 1,037명을 확보했는데, 이는 단순 비율로 약 0.5~0.6%에 해당한다. 요약하면, 조사회사가 100개의 전화번호를 걸어야 6명 또는 1명을 확보하는 구조다.

최근 심의위원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선거여론조사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선거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조사 현황을 제시하는데, 21대 대선 여론조사의 78%는 언론사 의뢰였고, 조사기간은 대부분 2-3일 내에 완료됐다. 표본추출틀은 RDD 54%, 가상번호 40%였고, 자료수집 방식은 ARS 65%, 전화면접 34%였다. 또한 ARS 조사가 전화면접보다 조사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보고되었다. 백서는 이러한 특성과 관련된 조사 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설명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매일 같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 때로는 조사에 직접 응답하기도 하는 국민들은 선거여론조사를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선거여론조사 자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을 묻는 조사는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성균관대 2025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의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조사" 문항은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 59%는 뉴스 미디어에서 발표되는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했고, 56%는 여론조사는 사회에 중요하다고 보았다. 54%는 여론조사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다고 응답했으며, 53%는 뉴스미디어에 보도된 조사 결과를 투표에 참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65%는 조사에 참여할 경우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될지 걱정했고, 41%는 조사 참여 요청이 너무 많다고 느꼈으며, 단지 34%만이 여론조사 자체를 흥미롭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 다수가 선거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역할을 인정한다는 사실은, 선거여론조사가 앞으로 논란을 완화하고 공정성·신뢰성을 회복해 나갈 여지를 여전히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거여론조사는 기술 발달과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제도적 개선을 거듭해 왔다. 표본추출틀, 조사방식, 응답률 등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국민은 선거여론조사를 신뢰하며 투표 판단의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조사 설계·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국민의 조사 참여 경험을 보다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선거여론조사는 국민의 참여 없이는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범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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