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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혁신’ 앞세운 약가인하, 납득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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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5. 11. 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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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추진에 제약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에 제네릭(복제약) 약가인하 방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제네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업계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번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고 혁신 신약 개발 의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신약 접근성 제고, 필수의약품 공급안정,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 등을 축으로 하는 종합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제네릭 약가 개편으로, 현행 53.55%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까지 인하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정부는 국내 제네릭 약가가 해외 주요국보다 높다는 점을 이유로 가격 현실화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네릭 기반으로 산업을 키워 온 국내 제약업계에 약가인하 통보는 치명타나 다름 없습니다. 약가인하 시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는 물론이고 상위 10대 제약사도 매출 감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2012년 제네릭 일괄 약가인하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지난해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괄 약가인하 후 제약사들의 매출은 최소 26%에서 최대 51.2%까지 감소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약가인하의 최종 목표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아닌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고 말합니다. 제네릭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진 기업보다 신약 개발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 업계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보상안이 'R&D 투자비 연동형 약가 가산'입니다. 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들에는 약가인하 없이 현행 약가를 유지하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습니다. 약가 가산 기간이 3년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진 데다, 대규모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R&D 투자 비율을 높이라는 주문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 큰 투자가 필요해 현 매출 구조 하에서도 R&D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에 정부의 약가 가산 기준에서 벗어나는 기업들은 오히려 혁신의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아직 개편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약가 인하 비율과 R&D 투자 비율이 어떻게 설정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개편안은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되고, 이후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2월 고시될 예정입니다. 이 기간 제약업계는 타격 최소화를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지난 24일 '범제약바이오산업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부와 제약업계가 남은 기간 합리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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