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배고픔엔 서류 필요 없다”…복지부, 소외계층 위해 ‘그냥 드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4010002650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2. 04. 19:16

1차 방문시 신분증만 확인되면 제공
이후 상담 제공·필요시 '복지 연계'도
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 목표"
clip20251204143257
서울 영등포구 푸드뱅크. '그냥 드림'바구니 구성품. /김태훈 기자
"서류 없어도 된다니까 왔지. 우리 노인들은 복잡하면 못 해."

4일 서울 성동구청 푸드뱅크. 이곳은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소외계층에게 식료·생필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그냥 드림' 지정처다. 서울에서 성동구와 영등포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별도의 서류 신청이 없이 즉시 받을 수 있는 게 큰 특징이다. 신분증만 제시하면 2만원 상당의 물품들을 1인당 3~5개씩 가져갈 수 있다. 라면·즉석 밥·카레·통조림 등 식료품과 비누·치약 등 생필품을 한 번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78)는 "'그냥 드림'은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편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그동안 다른 복지 서비스는 여러 서류를 요구하니 신청할 엄두조차 안 났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의 연이은 발걸음으로 물품들이 금방 동났다는 게 성동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준비 물량 400개 중 103개가 이미 소진됐다"며 "절차가 쉬워지니 어르신들이 확실히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영등포구청 푸드뱅크도 비슷했다. 여기서도 라면·김·통조림·즉석 밥·즉석 국 등 식료품 중심으로 구성된 꾸러미를 가져갈 수 있다. 이기민씨(66)는 "한 손을 다쳐 요리하기가 불편한데 간편식을 준다고 해서 왔다"며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방문부터는 상담도 해주고 여러 복지서비스도 연계해준다니 또 올 것"며 "혼자 살고 없는 사람들한테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냥드림은 처음 이용할 땐 본인 확인 후 즉시 물품을 지원하는데 2차부턴 상담 과정을 거친다. 필요시 담당 기관 복지팀과 연계해 추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그냥드림은 행정이 파악하지 못 한 소외계층을 발견할 수 있는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만 "지난 1일에 외제차를 몰고 와 수령한 사람이 있었다"며 "다행히 아직 이런 사람은 소수지만 사업의 취지를 살리려면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날 성동구청 푸드뱅크에서 담당 직원이 "원칙적으로 수령은 가능하나 취약계층이 아니라면 양보를 부탁한다"는 답변을 하며 찾아온 시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복지부는 내년 4월까지 전국 70개소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먹는 문제로 국민이 고통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국가가 할 일"이라며 "이번 사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사회 안전 매트이자, 복지 사각지대를 비추는 등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