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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주지 덕조스님 “물질 풍요로 무소유 그리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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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2. 09. 16:31

법정스님 유언 따른 불일암 생활 책 '무언화'에 담아
"다들 너무 바쁘게 살아, 잠시라도 벗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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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조계종출판사에서 9일 진행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이 신간 '무언화'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의 맏상좌(제자)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이 스승의 수행처인 순천 송광사 암자 불일암에서 15년을 지내며 느낀 바를 책으로 담아냈다.

덕조스님은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출판사에서 열린 '무언화(無言花)'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지나도 법정스님의 가르침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에 오히려 무소유가 그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덕조스님은 "10년간 살아보라"는 은사 법정스님의 유언에 따라 순천 송광사의 작은 암자인 불일암에서 보낸 15년을 보냈다. 이를 '스승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무언화'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불일암에서 수행정진하며 느낀 소회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덕조스님은 "법정스님으로부터 받은 '자기 질서를 지켜라'를 잊지 않고 있다"며 "스님은 모친이 위독하실 때도 결제 때 산중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셨다. 스승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불일암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생활을 해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서울 와서 보니까 다들 자기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불일암에서는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해나 달 등 작은 사물에도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생활이 너무 바쁜 건 알지만 비교를 내려놓고 일상 속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덕조스님은 '무소유적 행복'에 대해 1박2일 동안 휴대폰, 시계 등이 없이 입소 직후부터 묵언으로 보내는 길상사 템플스테이를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20대 친구들이 적응할까 걱정도 했는데 참가자들이 대만족하더라. 핸드폰 없이 묵언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 없이 수행 동료로 함께했다는 것이 성취감을 주는 것 같다."

덕조스님이 보는 현대인의 병은 '자기 관리 결함병'이다.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나의 영혼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무신경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지듯이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지며, 연기(緣起)적 존재임을 깨달으면 내 삶도 달라진다. 덕조스님이 '무언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같은 '말없는 말'이다.

한편 덕조스님은 1983년 송광사에서 출가해 법정스님의 맏상좌로 수행을 시작, 송광사 강원을 졸업했다. 이후 대만에서 5년간 계율학을 전공한 뒤 귀국해 송광사와 백양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 정진했다. 1997년 서울 성북동 길상사 창건 이후 12년 동안 주지와 (사)'맑고 향기롭게' 이사로 재직하며 법정스님의 뜻을 이어왔다. 2009년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송광사 불임암으로 돌아가 수행에 전념했다. 2024년부터 다시 길상사 주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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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무언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은사 법정스님의 일화를 소개하며 웃음을 보인 덕조스님./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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