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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극장가 적시는 멜로 리메이크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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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2. 15. 13:47

'만약에 우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만약에 우리
'만약에 우리' 구교환(왼)·문가영/쇼박스
연말 극장가에서 '만약에 우리'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나란히 관객을 만난다. 해외 원작을 바탕으로 한 두 편의 멜로 영화는 검증된 서사를 한국적 정서로 옮겼다는 공통점 속에서 자연스럽게 비교선상에 올랐다.

24일 개봉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일본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하루가 지나면 기억을 잃는 소녀와, 그 하루를 대신 기억해 주는 소년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소설과 일본 실사 영화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졌다. 2022년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는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110만 명을 넘기며 일본 멜로 영화로서는 드문 성과를 남겼다.

한국 리메이크판은 김혜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추영우와 신시아가 주연으로 나섰다. 인물의 이름과 배경은 모두 한국식으로 바뀌었으며, 기억 상실이라는 설정 자체보다 그 조건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흔들리는지를 중심에 놓았다. 일본판이 절제된 감정과 여백을 강조했다면 한국판은 인물 간 감정 교환과 관계의 온도를 보다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바이포엠스튜디오
오는 31일에 개봉하는 '만약에 우리'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각자의 현실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축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원작 '먼 훗날 우리'는 중국 개봉 당시 멜로 장르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기간의 감정 폭발보다 시간이 쌓이며 변형되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방식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한국판 '만약에 우리'는 이 기본 구조를 유지하되 인물의 직업과 생활 환경, 관계를 둘러싼 현실적 압박을 한국 사회의 문맥 안에서 재정렬했다. 만남의 공간을 기차가 아닌 고속버스로 설정한 점 역시 한국 관객의 일상 감각에 맞춘 선택으로 읽힌다.

두 작품은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멜로 리메이크'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앞서 개봉한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수 82만 명을 기록했고, '청설' 역시 누적 관객 80만 명을 돌파했다. 원작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멜로 리메이크가 여전히 일정한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 흐름은 단순한 향수 소비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최근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한국 관객이 공감 가능한 관계의 윤리와 감정의 속도를 다시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 결말과 감정 구조가 알려진 이야기일수록 '왜 지금 다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만약에 우리'와 '오세이사'의 대결은 원작의 유명세를 떠나 리메이크가 얼마나 현재의 감정 언어를 설득력 있게 구축했는지에 달려 있다. 사랑의 성취 여부보다 선택 이후의 시간, 기억과 관계의 책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객의 판단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요즘 관객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보러 극장에 오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지금 자신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러 온다"며 "리메이크 멜로의 성패는 원작의 명성이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믿게 만드는 설득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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