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官 주도 펀드·기금 봇물…교통정리부터 잘하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401000745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12. 15. 00:01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국부 증대를 위해 메가톤급 관(官) 주도 펀드·기금 4개 신설을 동시에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성장을 이끌기 위해 국가차원의 투자펀드를 만드는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투입이나 정부보증 채권 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 악화와 중복투자 등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하는 '한국형 국부(國富)펀드'를 내년 상반기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산업지원 중심정책에서 벗어나 자산 자체를 불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부 창출을 할 수 있는 아이템(투자처)이 있다면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부동산이든 산업이든 바이오든 가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익률이 높다면 일부 '사악한 분야'를 분야를 제외하고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국민성장펀드는 산업육성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보증채권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향후 5년간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전력, 데이터센터, 용수시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이 1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부펀드는 재원 조달이나 운용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지만, 국민성장펀드는 모든 단계마다 민관, 금융·산업계가 함께 참여한다. 또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기금'과 방산·플랜트·원전 등 대규모 글로벌 수주를 지원하는 '전략수출금융기금'도 별도로 설치된다. 전략수출금융기금은 기존 수출금융 역할에 더해 프로젝트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환수해 산업생태계에 재투자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문제는 펀드와 기금의 초기 재원 마련에 중앙정부 재정이나 정부 보증 채권이 대거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의 '2025~2029년' 국가보증채무 관리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1조원이었던 국가보증채무는 2029년 80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기금용 보증채무까지 더하면 2029년 1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이는 국가신용등급 등 대외신인도 악화는 물론 회사채 시장 위축이라는 부작용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관이 민간자금 수요를 밀어내는 '구축효과'와 고금리로 인해 회사채 발행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신설되는 펀드·기금 간 역할 구분이 불분명해 투자처가 중복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여당이 한국투자공사(KIC)의 국내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까지 추진 중이서 더 그렇다. 투자가 일부 우량기업에 집중될 경우 소외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한층 어려워진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처에 대한 교통정리 등 대책 마련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