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석 성균관대 겸임교수 인터뷰
외국 간첩에 대한 방첩 활동 못 해
법 개정으로 외국 정보기관 활동 위축 기대
단순 사법처리 아닌 방첩 공작 확대 기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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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에 발 맞춰 형법 제98조(간첩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53년 제정된 간첩법은 72년째 '적국', 즉 북한만을 겨냥해왔다. 그사이 한국을 타깃으로 한 세계 각국의 간첩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세계 모든 나라의 간첩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껏 한국은 군대 없는 국가나 마찬가지였다"며 "간첩법 개정은 방첩 강화가 아닌 '정상화'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국정원에서 30여년간 방첩 업무를 수행한 실무 전문가다. 그는 "방첩은 스파이를 잡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아니라 외교에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하는 안보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현행 법 체계에서 방첩 활동에 어떤 구조적 한계가 있었나.
"현대 정보전은 과거 냉전처럼 '한마리 용'과 싸우는 게 아닌 전세계 '뱀'들과 대결해야 하는 구도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는 북한을 제외한 외국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하면 간첩이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개별 법으로만 처벌 가능했다. 정보전에서는 간첩을 포섭하고 역용 공작(이중스파이) 등에 활용해 또다른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핵심인데, 일반 범죄자처럼 사법 처리에 집중해 국가 정보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이번 간첩법 개정안의 수준은 어떤가.
"이번 개정안은 '강화'가 아닌 '정상화'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채택한 보편적 간첩법 구조를 뒤늦게 도입한 수준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여론 공작(Influence Operation)'에 대응할 법제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론조작, 언론 포섭, 정책 개입 등은 전통적 간첩죄로 포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외국 정부, 단체의 국내 활동은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미국의 '파라(FARA)법'과 같은 별도 제도도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으로 변화할 부분은.
"그간 활개치던 외국인 첩보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외국 정보기관을 위한 포섭, 정보 제공 행위 자체가 간첩죄 구성요건이 되기 때문에 강제수사가 가능하게 된다. 내국인이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되는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외국 간첩을 즉시 사법처리하지 않고 또 다른 공작원으로 활용하면서 장기 방첩 공작의 실효성도 회복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간첩법을 개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방첩을 '간첩 잡는 것'으로 한정해 수사기관의 사법처리 근거로만 활용하면 안된다. 간첩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장기적으로 파악하고 포섭해야 한다. 또 붙잡은 간첩을 외교 안보 카드로 국가가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디테일을 살려야 현대 정보전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법 개정 외에도 방첩 인력, 기술, 조직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경찰이 방첩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결국 메인은 국정원이 맡아야 한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방첩 공작은 경험이 압도적인 국정원이, 사법처리는 수사권을 지닌 경찰이 하는 것이다. 이 두 기관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방첩 업무만 하는 별도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정원은 국내 정보 활동이 제한되고 경찰은 맡은 업무가 방대하다. 기본적으로 장기 공작을 해야 하는데 일반 공무원식 순환 근무도 적절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