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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휴대전화 안면인식 인증 도입 서두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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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8. 00:00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연합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 생체정보인 안면인식 인증이 도입된다. 명의도용과 부정 개통, 보이스피싱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식 인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90일간 안정화 기간을 거친 뒤 이후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말이 안정화 기간이지 시행 후 문제점이 생기면 보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발상으로 이 과정에 큰 문제라도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일 수밖에 없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놀란 소비자들이 "개인정보뿐만이 아니라 얼굴까지 털리는데 이게 감당이 되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안면인식 인증 대상은 신규 가입, 번호이동, 정책기변·재가입, 명의변경 등 휴대전화 개통 전반이다. 인증은 이동통신 3사가 공동 운영하는 패스(PASS) 앱을 통한 안면인식 방식이 중심이라고 한다. 문제는 PASS 앱의 안면인식 성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명 환경이나 카메라 성능, 이용자의 얼굴각도 등에 따라 인증 실패가 반복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통신업계 주장대로 인증 정확도 개선과 현장 대응 가이드 마련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먼저다.

휴대전화 개통이라는 일상적인 행위에 고도의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도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필수품인 휴대전화를 매개로 통신사들이 모든 국민의 얼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어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통신사의 개인정보 해킹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확실한 안전책 없이 얼굴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무리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중시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나 북미 국가들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생체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등 통신 통제 정책을 쓰는 일부 국가나 얼굴이나 지문 등 생체정보를 적극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얼굴 등 생체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끝' 식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위험성이 있다. 비밀번호와 달리 '리셋(reset)'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말대로 "사업자들의 불법 개통 근절을 자발적으로 유도하자는 취지"라면 이는 생체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다. 편의와 보안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마저 침해할 수 있는 '과잉 인증'의 위험성이 크다. 특히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돼 온 상황에서 생체정보마저 위험에 노출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하다. 정부는 휴대전화 안면인식 인증에 앞서 얼굴 등 생체정보 유출의 위험성부터 직시해 충분하고도 빈틈없는 보안 대책 등을 세운 뒤 도입을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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